서울 내에서도 고가-저가 아파트값 차이 역대 최대
"수요 회복과 함께 장기적 수급 균형 방안 나와야"
인구 편중 해소 위한 지방 광역교통망 구축도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주택공급 확대를 강조했다. 고밀도 복합개발과 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유휴부지 개발을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공공임대주택 품질을 높이는 한편 전세사기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 방침도 내놨다. 중대하고 시급하게 풀어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들이다.
다만 '이재명 시대'에는 개별 현안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건설·부동산이 직면한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되려면 더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1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보기 드문 수준의 불균형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 초초양극화로 양극단이 계속 벌어지는 모습이다. KB부동산의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상승했다. 반대로 5개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는 2022년 6월부터 36개월 동안 내림세를 기록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묶이는 경기는 5개월 연속 하락하다 보합으로 전환했고 인천은 6개월 연속 떨어졌다.
서울 내에서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선호지역의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 5분위 아파트 평균가격은 30억942만 원으로 사상 첫 30억 원대로 올라섰다. 5분위 배율은 6.1배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5분위 배율은 가격 상위 20%(5분위) 아파트값 평균을 하위 20%(1분위)로 나눈 값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2022년만 해도 4.2~4.5배였다가 상승하면서 2024년 3월 5배, 올해 4월 6배를 돌파했다. 3년 전에는 고가 아파트 1채를 팔아 저가 아파트 4채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6채로 늘어난 셈이다.
서울, 서울 내 상급지, 그 안에서도 더 비싼 단지를 찾을 정도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이 심해진 영향이다.
청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은 공급이 부족한데 수요가 넘치다 보니 수만 명씩 청약자가 몰리지만, 지방은 소수점 경쟁률이 일상이 됐다.
올해 2월 청약 결과가 이런 모습을 아주 극명하게 드러냈다. 당시 전국 9개 단지에 총 4만1000여 명이 청약했는데 이 중 98% 이상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 청약자였다.
지방은 다 짓고도 팔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계속 쌓이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의 83%가 지방에 있다. 특히 대구와 부산, 경남, 경북, 전남 등에 각각 2000~3000가구 이상이 쌓였다. 대단지 아파트 2~3개 단지가 통째로 비어 있는 셈이다.
주택시장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한쪽에서는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영끌족'이 등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드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수석위원은 "새 정부에서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은 수요 회복 정책과 공급 정상화이고 장기적으로 수급 균형을 고려한 공급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며 "숫자로 말하는 계획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급 방식도 신도시 등이 아닌 높아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다른 차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그동안은 시장이 큰 방향성을 갖고 움직였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 일률적인 정책·규제가 통하지 않는다"며 "지역별, 유형별로 필요한 대책이 있어야 불균형을 풀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동산 정책을 더욱 넓은 시각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익에 필요하다면 어떤 정책이든 편견 없이 활용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으로의 인구 편중이 지속되지 않도록 수익성이 아닌 사회적 편익 측면에서 지방 광역교통망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침체를 피하려면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의 수요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