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신사업·안전 삼박자 갖춘 삼성물산…오세철 대표가 만든 ‘초격차’ [CEO 탐구생활]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야 합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정비사업과 에너지 인프라, 안전 경영 전반에서 확실한 체질 개선을 이뤄내며 ‘미래형 건설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든 축의 변화는 현장을 잘 아는 실무형 CEO, 오세철 대표의 전략적 리더십에서 출발했다.

1985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오 대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두바이 등 해외 현장에서 실무를 쌓은 ‘현장통’이다. 중동지원팀장, 글로벌조달실장, 플랜트사업부장을 거쳐 2021년 건설부문 대표이사에 올랐다.

오 대표가 삼성물산의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건설업계는 코로나 19 범유행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 정비사업 수익성 악화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었다. 국내외 대부분 건설사가 공격적 수주보다 리스크 회피에 초점을 맞추던 시기였다.

그는 이 시기 삼성물산의 체질을 ‘방어적 성장’ 기반으로 바꿔 놓기 시작했다.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했고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한편, 브랜드 신뢰도와 시공 안정성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수주에 집중했다.

이런 보수적 기조는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시도였고 2~3년이 지난 지금 그 전략의 유효성이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는 평가다.

매출은 2021년 10조9890억 원에서 2022년 14조5980억 원, 2023년 19조3100억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도 18조6550억 원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23년 1조340억 원, 지난해 1조10억 원으로 2년 연속 '1조 클럽'을 달성했다. 창사 이래 최초다.

다만 올해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조6200억 원, 영업이익은 1590억 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1%, 52.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4.4%로 1.6%포인트 하락했다.

실적 둔화의 원인으로 계열사 하이테크 프로젝트 수주 감소를 꼽는다. 삼성물산은 한동안 삼성전자 등 계열사 중심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플랜트 수주로 실적을 견인해 왔지만 최근 계열 수주가 줄며 의존도가 부담 요인으로 부상했다.

계열사 중심 수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파한 오 대표는 수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중에서도 민간 수주 기반을 넓히고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해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도시정비사업이었다.

◇도시정비사업 복귀 3년 만에 1위 탈환…삼성물산의 ‘왕의 귀환’

삼성물산은 한때 도시정비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상태였다. 2015년 ‘래미안 원베일리’ 이후 별다른 수주 실적 없이 조용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업계 안팎에선 “삼성물산은 더는 정비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2021년 오 대표가 취임하면서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건설사의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를 가장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분야로 도시정비를 다시 겨냥한 그는 3년 만에 시장의 판을 뒤집었다.

2021년 9117억 원이던 수주액은 2022년 1조8686억 원, 2023년 2조951억 원, 지난해 3조6398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수주 행보는 더욱 거침없다. 서울 한남4구역을 시작으로 대림가락아파트, 방화6구역, 한양3차, 신반포4차, 장위8구역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불과 5개월 만에 누적 수주액 5조213억 원을 돌파했다. 현재 도시정비 수주 1위다.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에 대한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조합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삼성물산은 사상 최대 도시정비 수주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까지의 최고 기록은 2022년 현대건설이 세운 9조3395억 원이다.

이달 예정된 압구정2구역 입찰 결과에 따라 상반기 수주액만으로 7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 공사비만 약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압구정2구역은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외에도 광나루현대 리모델링, 여의도 대교아파트,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굵직한 사업장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하반기에도 실적 확대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SMR부터 수소까지…미래 먹거리 발굴도 본격화

오 대표는 도시정비 중심의 내수 기반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 태양광 등 차세대 친환경 사업을 ‘미래 성장의 핵심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속도감 있게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SMR 분야에서는 루마니아, 스웨덴에 이어 최근 에스토니아 정부 및 민간 원전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유럽 3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념·기본설계 사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본 IHI와 협력해 SMR 주요 구조물인 강판 콘크리트(SC) 모듈 실증도 마쳤으며 루마니아 프로젝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SMR 건설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수소 사업도 단순 파트너십을 넘어 프로젝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오만과 호주에서는 타당성 조사와 설계를 이미 진행 중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저장-송출-활용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외에도 카타르 경제자유구역청과는 태양광 기반의 데이터센터 복합 개발 사업을 협력 중이며 국내외 다양한 사업지에서 재생에너지와 스마트 인프라를 연계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오세철式 안전경영의 결실

건설업의 구조적 문제로 꼽히는 안전 이슈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모든 근로자가 언제든지 안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며 실질적인 안전 시스템 정착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2021년 전 현장에 도입한 ‘작업중지권’ 제도다. 근로자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누구든지 작업을 멈출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으로 시행 첫해 4755건에서 2023년에는 20만850건, 지난해에는 26만4997건으로 행사 건수가 폭증하며 현장 문화 자체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해 말에는 '건설안전연구소'도 출범했다. 현재 45명의 인력이 DfS(Design for Safety) 기반의 설계 안전성 향상, 스마트 안전장비 개발, 협력사 자율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 다양한 기술과 정책 개발을 병행 중이다. 특히 ‘S-TBM’ 모바일 앱을 통해 작업 전 위험요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타워크레인 와이어로프 점검 장치, 자재 하역 알람 시스템 등도 적극 도입하며 ‘기술로 사고를 줄이는’ 흐름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3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2년 넘게 중대재해 사망사고 ‘0건’을 기록 중이다. 2021년 3건, 2022년 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장 중심 안전경영’의 위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제도와 기술, 실행이 결합된 안전경영이 ‘건설사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앞으로도 삼성물산은 견실한 사업운영과 미래 준비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 및 성장기반 구축을 확고히 하고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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