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중소 보험사의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급여력(K-ICSㆍ킥스)비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G손해보험의 K-ICS 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4.1%로 사실상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KDB생명(158.2%), 하나손해보험(154.9%), 롯데손보(154.6%), 동양생명(155.5%), 푸본현대생명(157.3%) 등도 150% 안팎에 머물러 있다.
K-ICS 비율은 보험사가 장래 보험금 지급 의무를 안정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비율이 낮아질수록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일부 계약의 이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계약자 보호와 관련이 깊은 만큼 보험업법에서는 100%, 금융당국은 150%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종신, 연금보험 등 장기 보장성 상품 가입자는 K-ICS 비율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보험금 청구 시점이 수년, 수십 년 후가 될 수 있는데 그때까지 보험사가 존재하지 않으면 계약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파산하면 예금보험공사의 계약자 보호제도가 작동하지만 1인당 보호 한도는 5000만 원(9월, 1억 원 상향)에 그치고 지급까지 수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청구 절차도 복잡해 고령자나 취약계층의 경우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K-ICS 비율이 더 떨어질 경우 보험사의 영업 제한, 신계약 판매 중단, 신용등급 하락, 소비자 이탈 등 부정적인 연쇄 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결국 보험금 지급 지연이나 축소, 계약 해지 같은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K-ICS 비율 150% 이상 보험사 중에서도 금융당국의 경과조치를 제외하면 비율이 악화한다는 것이다. 경과조치는 새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규제 기준을 완화 적용하는 일종의 적용 유예다. ABL생명은 경과조치 후 153.7%를 기록했지만 적용 전에는 111.8%에 불과해 사실상 경영개선 대상 수준이었다. 푸본현대생명은 경과조치 전 K-ICS 비율이 -14.5%로 지급불능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조치 후 157.3%로 회복됐다. KDB생명도 경과조치 전 53.0%에서 조치 후 158.2%로 수직 상승했다. 수치상으로는 중위권이지만 실질 건전성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삼성생명(184.9%), 한화생명(163.7%), 교보생명(220.8%), 신한라이프(205.7%), NH농협생명(437.7%) 등 5대 생보사는 모두 150%를 안정적으로 상회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도 삼성화재(264.5%), DB손보(203.1%), 메리츠화재(248.2%), 현대해상(157.0%), KB손보(186.4%) 등 5대 손보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중소 보험사는 구조적으로 자본 대응력이 낮다. 대형사는 지주사나 그룹 계열사로부터 유상증자 등 자금 지원을 받기 쉬운 반면 중소형사는 독립 법인이나 사모펀드 계열이 많아 외부 자본 유치가 어렵다. 내부 유보자산이 줄어들 경우 대응 수단 자체가 마땅치 않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이 도입할 예정인 기본자본 K-ICS 비율은 대응이 더 까다로워진다. 이는 기존 K-ICS 비율이 가용자본 전체(기본자본 + 보완자본)를 기준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만 따로 떼어 산출하는 방식이다. 기본자본은 유상증자나 흑자 누적을 통해서만 확보 가능한 만큼 대주주가 없거나 내부 자본 여력이 약한 중소 보험사는 규제 대응이 더욱 어렵다.
금융당국은 최근 K-ICS 비율 하락의 원인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보험부채 증가, 자산·부채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 역전, 보장성보험 확대에 따른 요구자본 증가 등을 꼽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K-ICS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갈 경우 경영개선조치나 자본확충 유도 등 적극적인 감독 조치를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