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에 투자심리 '싸늘'
"저가 매수 기회"… 채권으로 머니무브

서학개미(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서 발을 빼 미국 채권으로 갈아타고 있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그 충격이 글로벌 주식시장과 투자심리에 직격탄이 됐다. 월가 일부에선 여전히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미국 주식을 10억6545만 달러(약 1조4575억 원)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올해 1월 40억7841만 달러에 이어 △2월 29억7546만 달러 △3월 40억7239만 달러 △4월 37억537만 달러를 순매수했는데 5월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자금은 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채권을 11억4523만 달러(약 1조5667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채권 순매수액이 (12억3231만 달러)임을 고려하면 이달엔 매수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 1월 6억9297만 달러 △2월 12억7641만 달러 △3월 8억862만 달러 등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는 미국 채권을 꾸준히 사들이는 중이다.
서학개미가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갈아타는 이유는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30년물 국채 금리는 연 5.089%로 마감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뚫었다.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10년물 금리도 연 4.6%를 돌파했다. 이는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안 추진이 맞물리며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대개 금융시장이 불확실해지면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투심이 식는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주식 투심을 꺾었다. 지난달 9일 1481.10원이던 환율은 이달 22일 1381.3원까지 6.7% 하락했다.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방어성 매도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학개미가 집중 투자했던 반도체·AI 고성장주가 고금리 환경에 가장 민감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채권의 상대적인 매력도는 커진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머니무브가 활발한 가운데 채권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금융계에서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는 "우리는 채권시장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국 자산을 줄이려는 글로벌 추세 때문에 미국 채권이 흔들리지만 사실 이를 대체할 자산이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타이밍 때문에 해외 투자를 꾸준히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국 주식 대신 채권으로 자산을 옮기려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오히려 주식 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이미 바닥을 찍었으며 정책 변화가 하반기부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S&P500은 연내 65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윌슨은 "1분기에는 예상보다 강한 관세 관련 역풍이 있었지만, 중장기 정책 흐름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장기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되더라도 S&P500은 2025년 상반기까지는 5500~6100 박스권에 머물고, 이후 상향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이 같은 목표치는 CNBC가 집계한 2025년 월가 전략가들의 전망치 중 가장 높은 수치로, 평균 전망치(5946)를 크게 웃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은 감세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발 금리 상승으로 조정을 받았다며 ”향후 관세 수입을 반영하면 재정적자 규모 추정은 다소 감소하고, AI발 경기성장 기대로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