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은 단타, 미장은 장투” ETF 투자 개미들, 밸류업에도 국장 못 믿는다

입력 2024-04-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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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출처=챗GPT)

정부가 연초 증시 부양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 대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상장지수증권(ETF) 시장에서 개인들은 국내 ETF를 장기 보유보다 단기매매 차익만을 노리고 대량 매수한 반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는 순매수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올해 ETF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2·6위 CD금리, 5위 KODEX 레버리지를 제외하고 모두 미국 상장 ETF가 차지했다. 개인들은 미국 S&P500, 미국배당다우존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미국나스닥100 미국배당+7% 프리미엄다우존스 등을 꾸준히 순매수했다. 이 기간 누적 순매수액은 2조5798억 원에 달한다.

반면 개인들의 ETF 매수 상위 10개 종목에서는 2·8위 CD금리, 9위 미국 S&P500을 제외하고 모두 국내 ETF가 차지했다. 개인들이 매수한 ETF는 200선물 인버스2X, 코스닥150레버리지, 2차전지TOP10인버스 등 레버리지 또는 곱버스(2배 인버스) 상품에 몰려있었다. 특히 1위를 기록한 KODEX 레버리지 한 종목에만 23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순매수 규모만 놓고 봤을 때는 ETF 시장에서 국내 ETF의 거래량이 부진하게 보이지만, 매수 순위에서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순매수(Net Position) 규모는 매수에서 매도를 뺀 순수한 매수량을 의미한다. 매수 규모가 아무리 커도 해당 종목이 순매수 상위권에 없다는 것은 개인들이 매도 우위 포지션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ETF 시장에서 미국 ETF는 배당, 성장 동력 등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를 하는 반면, 국내 ETF는 레버리지·인버스와 같은 파생상품지수를 매수·매도하며 단기 매매를 통해 성과를 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은 기초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몇 배로 추종해 파생상품, 공매도 활용에 제약이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KOSPI200 등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장기 주가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가는 장기투자 전략을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개인들은 ETF를 ‘손바뀜’이 활발한 단타 매매에 이용하는 모습이다. 잦은 ETF 리밸런싱 투자가 장기적인 투자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오히려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등락률은 CD금리 ETF(1.1%) 단 한 종목을 제외하고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초 밸류업 동력에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다시 2600대로 주저앉는 등 국내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기 어렵다는 불신이 ETF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기조 지연 전망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다시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배경이다. 실제로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만 연초 이후 9조 원 가까이 개인 매수가 몰린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단기 투자 성향보다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 ETF운용 본부장은 “코스피200과 S&P 500지수를 비교해보면 1년 누적수익률이 각각 9.05%와 23.1%에서 5년 수익률은 39%와 85.5%로 크게 차이 난다. 현재 매크로 상황을 살펴봐도 미국 중심으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점 때문에 미국주식에 대한 꾸준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제 상황과 주식에 대한 재평가(밸류업)가 이루어진다면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관심 역시 많아질 것”이라며 “ETF는 단타로써 활용되기도 하지만, 퇴직연금 등 장기투자 수단으로도 활용 중이다. 트레이딩 수단을 넘어 장기투자자산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한편 개인들의 미국 증시 매력도는 매년 증가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1143억9000만 달러(157조7000억 원)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화증권 결제금액도 직전 4분기보다 40.4%나 증가해 1282억8000만 달러(176조8000억 원)를 기록했다. 예탁원이 관리하는 전체 외화증권 중 미국은 약 9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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