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사우회도 통합 찬성” vs “경영진의 압력”

입력 2024-03-25 16:29수정 2024-03-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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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임종윤·종훈 지지…25일 형제 해임하며 갈등 커져

(사진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놓고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측과 이에 반대하는 장·차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25일 한미약품그룹 등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 5명과 한미약품 본부장 4명 등이 그룹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날에는 한미 사우회 임직원 3000명이 통합 찬성을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그룹 본부장 4명과 계열사 대표 5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글로벌 한미를 향한 OCI그룹과의 통합을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송영숙 회장을 임성기 선대 회장의 뜻을 실현할 최적임자로 다시 한번 확인하며, 송 회장을 중심으로 한미약품그룹이 하나 돼 글로벌 한미를 향한 담대한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약 3000명이 모인 한미 사우회는 보유 주식 23만여 주에 대해 이번 주주총회에서 ‘통합 찬성’으로 결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한미약품그룹 구성원을 대표하는 사우회가 OCI 그룹과의 통합을 찬성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통합이 반드시 완성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미약품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통합을 좌우할 ‘키맨’으로 꼽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종훈 형제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23일 입장문에서 “최근 일부 대주주들이 다른 대주주 혹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들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일체의 사안을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행하는 수준에 이르러 우려와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 모색하길 바란다”고 박혔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한미약품이 밝힌 한미 사우회 투표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사우회 투표에 참여한 9명 중 한 명은 형제들 쪽에, 한명은 기권해 총 7명만 통합에 찬성했다. 이러한 주주 의결안에 대한 투표는 직원들의 친목 및 경조사를 위한 모임인 사우회의 성격에 맞지 않는 것으로, 현 경영진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또 인증된 직원들만 참여할 수 있는 한 익명 포럼 및 커뮤니티에서 (통합과 관련한) 불만을 표출하는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동국 회장에 이어 다른 주요 주주들도 형제 쪽에 힘을 실어주기로 한 상황에 언론을 통한 무리한 집안싸움은 삼가달라. 주주들도 거짓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길 부탁한다”고 했다.

▲임종윤(왼쪽)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고(故) 임성기 회장과 함께 일했던 ‘한미맨’ 사이에서도 통합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한미약품 전직 임원 모임인 ‘한중회’의 간부 양모 씨는 본지에 “한미맨의 자긍심을 갖고 사랑해 온 한미약품의 경영권이 OCI로 넘어가 OCI홀딩스의 중간지주회사 위치로 전락할 수 있단 생각을 하면 한미약품의 앞날이 캄캄해 보인다”라면서 “무리한 이종(異種) 통합을 중단하고 가족 간 원만한 해결로 한미약품을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신뢰를 회복하길 간절히 요청한다”라고 전해다. 또한 “가족공동체로 화합해 한미약품이란 이름으로 100년 기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하늘에 계신 임 회장님이 가장 원하는 방향 아니겠는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미약품의 직원은 “내부에 많은 직원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조직 대표급들이 통합 찬성으로 진행한 점에 불만이 많다”라고 했다.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한미약품그룹은 임종윤·종훈 형제를 해임한다고 밝혀 대립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두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했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으며,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해 해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두 사장과 한미의 미래를 위한 행보를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그룹은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OCI그룹과 통합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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