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결론날까…전운 감도는 한미사이언스 주총

입력 2024-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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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격돌한다. 이 자리에서 벌이는 표 대결 결과에 따라 임종윤·종훈 형제와 송영숙·임주현 모녀 사이에서 경영권의 행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이달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본점인 팔탄공장 인근에서 정기주총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정기주총에 한미사이언스 측은 6명,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5명의 이사 후보를 각각 올렸다. 기존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사내이사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 등 4명이다.

한미사이언스가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는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다. 한미약품그룹이 올해 초부터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이우현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는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을, 사외이사 후보로는 회계사 출신인 박경진 명지대 교수와 신세계그룹 전략실 기획팀을 거친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을 올렸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지난달 8일 주주제안권을 행사, 한미약품그룹의 경영에 전격 복귀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사내이사 후보로 제시해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가, 핵심 자회사 한미약품은 임종윤 사장이 각자대표를 맡아 직접 그룹을 이끌어나가겠단 구상이다.

기타비상무이사로는 한미약품 글로벌사업본부장 출신인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교수를 후보로 냈다. 사외이사후보는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다. 법무법인 지평은 임종윤 사장이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이사회 정원은 10명이다. 한미사이언스 측 후보 6명이 모두 선임되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임종윤 사장 측은 5명을 진입시켜 과반수를 채운단 전략이다.

현재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 우호지분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 우호지분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따라 12.15%를 손에 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끌어들이는 쪽이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양 측은 모두 신동국 회장과 접촉하고 있으며, 각자 우군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다만 신동국 회장은 지금까지 자신의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보다 하루 일찍 열리는 한미약품 정기주총에는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임종윤 사장의 재선임 안건이 오르지 않았다. 대신 서진석 OCI홀딩스 대표이사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다.

모자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송영숙 회장은 최근 언론에 나서 “내 생각이 곧 임성기 회장의 생각”이라며 OCI그룹과 통합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아들들에게 마음을 돌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임종윤 사장은 “선친께서 살아 계셨다면, 한미약품 그룹이 OCI그룹에 사실상 종속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러한 거래를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친의 발언에 즉각 반박했다.

그는 자신과 임종훈 대표가 그룹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통합 안건을 사전에 알려줄 수 없었단 설명에 대해서도 “임주현 사장도 한미사이언스 등기이사가 아닌데 어떻게 협상 테이블에 앉았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자신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한미 지분을 많이 가진 아들들이 그룹을 이끌게 될 수 있단 송영숙 회장의 말에도 “이미 OCI로 최대 주주가 넘어간 마당에 10%대 지분을 가진 아들들이 경영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해 부족”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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