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가격정책 ‘안올리고ㆍ못올리고ㆍ내리고’

입력 2019-04-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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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최대 고민…구형보다 싼 신형

‘안 올리고, 못 올리고, 내리고...’

최근 경기 불황이 깊어 지면서 가격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비싸게 팔아야 많이 남지만, 가격 저항에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을 늘리고, 기존 프리미엄 제품 역시 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자동차 업계 역시 차 가격을 낮추거나, 인상을 최소화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불황 속 제품 판매를 늘리고 위해 방어적인 가격 정책을 펴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사전판매를 시작하는 삼성 ‘갤럭시 A30’은 가격이 34만9800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에 사용되는 풀스크린 인피니티-U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LG전자도 지난 2월 50만 원대의 ‘LG Q9 원’을 LG유플러스 전용으로 출시했다.

초고가 라인업을 제외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역시 가격이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10의 경우, 총 4종류로 출시됐다.

이들 모델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기종은 갤럭시S10e다. 갤럭시S10e의 e는 essential(필수적인)의 약자다. 기본형 갤럭시10 디자인은 유지하되 핵심 부품을 초고급에서 고급으로 낮추며 80만 원대에 가격을 책정했다.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G8 씽큐’ 역시 출고가는 89만7600원이다. 전작 ‘G7 씽큐’보다 1100원 낮췄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잘 안 팔리는 차의 가격을 낮춰서라도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고가 차고 넘치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가동률이 떨어지면 고정비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한국지엠(GM)이 올해 들어 주요 차종에 대한 판매가격을 일제히 인하한 것도, 르노삼성이 판매가 부진한 SM7 가격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신차이지만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라이프사이클이 끝나가는 경우, 연식변경을 내놓으면서 가격인상을 최소화하거나 동결하기도 한다.

지난달 선보인 기아차 K5는 이전에 100만 원 안팎이었던 운전보조 시스템을 기본항목으로 변경하고도 가격 인상은 50만 원 안팎에 묶었다. 1월에 출시한 2020년형 쏘렌토 역시 기본모델에 옵션을 강화하면서도 가격인상은 최소한으로 책정했다.

철강 업계는 원가상승에도 제품가를 못 올려서 근심이다. 업체들과 가격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다들 사정이 어렵다며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가가 오른다고 해도 이것을 판매가에 반영하기는 모든 품목이 쉽지 않다”며 “구매력이 있는 조선업 같은 경우 더 그렇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역시 “원가 상승분을 공급가격에 반영하지 못해왔기 때문에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토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기업들이 제품을 출시하고도 적정 가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결국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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