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상규명은 뒷전… ‘정치 공방장’ 된 KT청문회

입력 2019-04-17 17:37수정 2019-04-1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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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유영민 장관 악의적 회피” vs 민주당 “청문회 지연 더 문제”

황창규 KT 회장 부실경영·김성태 의원 딸 채용비리 의혹 등

여야 의원들, 아현지사 화재원인 규명보다 정치 공방에 날세워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 규명 및 방지 대책’ 청문회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열린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면서 진실규명은 뒷전으로 밀렸다. 아현지사 화재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만 논의하자고 약속했던 여야는 황창규 회장의 부실경영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정치적 공방만 남발, 영양가 없는 청문회가 진행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를 17일 열었다. 하지만 아현 화재에 대한 원인 유무는 밝히지 못하고 황창규 회장의 부실경영, 김성태 의원 딸 채용비리 의혹 등 정치적 공방만 지루하게 이어졌다. 이날 청문회에는 KT 황 회장과 네트워크부문장인 오성목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동행으로 불참했다.

이날 청문회는 본질의에 앞서 여야 간 ‘의사진행발언’ 공방만 한 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파행위기를 맞았다. 답답한 공방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위원장이 ‘찌질하다’고 표현하자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며 회의가 지체되기도 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가장 중요한 증인인 유 장관이 기습 출장으로 청문회를 회피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기획한 청문회를 이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라며 “유 장관이 참석할 수 있도록 날짜를 다시 정해 청문회를 개최하자”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유 장관의 불출석보다 한국당의 ‘청문회 지연’이 더 문제라고 맞섰다. 민주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KT 청문회이자 황창규 KT 회장의 청문회”라면서 “유 장관의 출석 여부는 부수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자유한국당)의원은 이번 청문회에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청문회 시작부터 정회를 요청하며 “청문회를 회피한 유 장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애초부터 정치적 의도로 청문회를 기획했다. 청문회를 열어놓고 화재와 관련 없는 자료를 수백 건 요청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KT 화재와 관련 없는 채용비리 문제 등 청문회 주제 외 공세는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 또한 “교체 장관이라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정치적 발언이 안 나오도록 (위원장이) 철저하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보상협의체 구성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야당인 한국당 의원들은 “보상협의체 구성원에 한국당 의원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보상협의체 주체가 국회, KT, 시민단체가 포함된 걸로 아는데 제1야당인 한국당이 없으면 국회라는 이름을 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노웅래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한국당을 배제한 것처럼 보인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 위원장은 “(한국당을) 일부로 제외한 건 아니다. 상생보상협의체 구성과 지원 업무를 같이했으면 좋다고 판단해 다 연락한 걸로 알고 있다”며 맞섰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아현국사 화재가 황 회장의 경영 실패에 따른, 사실상 인재라며 책임 소재를 추궁했다. 특히 KT의 화재 조사 방해행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KT 아현동 화재와 관련해 기관통신사업자로서의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과기정통부의 감독도 안 돼 있다”며 “조사일지를 확인한 바로는 도면자료 수집과 현장조사가 안 돼 있고, 답변을 안 하고 면담을 미루는 등 KT가 소방방재청의 조사에 관해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조사방해행위가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의심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사고가 나면서 모든 화재 원인 규명과 과기정통부의 조사에 대해 적극적 지원과 협조를 강조해왔다”며 “이 같은 상황은 오늘 처음 들었다”고 해명했다.김범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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