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라이어 캐리, 그 허명에 기대지 마라 [이꽃들의 36.5℃]

입력 2014-10-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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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11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친 머라이어 캐리(사진=뉴시스)

쌀쌀한 가을 야외에서 1만 2000여명의 관객은 단 한 사람을 위해 20분을 하릴없이 기다렸다. 그렇게 등장한 팝스타는 음정불안에 가사 얼버무리기, 립싱크 등으로 일관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와중에는 차라리 현장을 빠져나가겠다는 관객들의 긴 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8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의 내한콘서트 현장이다.

휘트니 휴스턴, 셀린 디온과 더불어 세계 3대 팝 디바로 꼽혔던 머라이어 캐리. 이날 그녀는 지연 등장 외에도 수차례 의상을 갈아입는다는 이유로 십여분씩 종결되지도 않은 곡 도중 자리를 비우는가 하면, 마지막 작별인사도 없이 관객을 떠나고 말았다.

2009년 가수 이소라의 공연 전액 환불 사례를 통해 우리 관객은 성숙한 뮤지션의 태도를 경험한 바 있다. 별다른 이상 없이 공연을 끝마쳤지만, 아티스트 스스로 체감하는 만족도가 떨어졌기에 전액 환불을 결정한 이소라다. 티켓값이 전제하는 것은 해당 공연에 대한 책임이다. 최고 19만 8000원의 VIP석 등 상당한 금액의 티켓을 구입하고 시간을 할애해 기대감을 부푼 객석에 머라이어 캐리가 선사한 것은 기만이다.

이처럼 프로답지 못한 공연내용으로 11년 만에 만난 국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머라이어 캐리. 뿐만 아니라, 이번 내한 직전 꾸며진 일본 공연에선 사생활 문제를 연상시키는 욕설을 가사 도중 표출했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실력의 부재도 큰 몫을 한다.

일명 ‘돌고래 창법’으로 불리며 전매특허였던 7옥타브의 하이노트와 달콤하고 안정적인 저음을 구가한 그녀는 ‘My all’, ‘Emotion’, ‘I’ll be there’, ‘One sweet day’ 등 수많은 명곡 팝을 남겼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그녀는 미국 내에서도 실망스러운 라이브를 연이었고, 앨범 역시 독보적인 메리트를 상실했다. 그럼에도 점차 그녀가 앞세운 건 철저한 자기 관리가 아니라, 섹시하고 예쁜 콘셉트였다. 이미지에만 천착해 내실을 기하지 않은 머라이어 캐리에겐 이제 전과 같은 영광은 없다.

세월마저도 그녀의 변명이 되지 않는다. 1983년 데뷔한 이래 실망감 없는 수준으로 세계 투어를 당당히 이어오고 있는 마돈나에 비해 이름에만 기대어 전전하고 있는 머라이어 캐리의 모습이야말로 실체다.

▲11일 방송된 JTBC ‘히든싱어3’ 인순이 편(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머라이어 캐리의 내한공연이 실망으로 되돌아온 지 3일 후. JTBC ‘히든싱어3’에는 1978년 희자매로 데뷔한 올해 57세의 디바 인순이가 출연했다. 이날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등 그녀의 동료들은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 부르는 인순이”라고 한 입 모아 평했다.

“한 번을 부르더라도 정성껏 가슴을 다해 부르길 바란다. 그 한 가지는 꼭 부탁하고 싶다. 어느 한 사람에게는 이 노래가 평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한 인터뷰를 통해 후배들을 향한 인순이의 전언이다.

자신을 감당하지 못 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글로벌 디바 머라이어 캐리보다 관객의 소중함을 각인한 채 크고 작은 무대를 지켜온 한 가수가 주는 울림이 더 크게 세상에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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