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성과 ‘무한도전’, 나눔의 아름다움 [송형근의 1분1초]

입력 2014-10-1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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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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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개인과 법인이 기부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기부 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의 비중이 GDP 대비 1.8% 수준인 것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기부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수치나 다름없다.

우리의 기부문화는 양적으로 적은 만큼 질적으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일회성 기부가 주를 이룬다. 재난 상황 때 연예인들과 정치인, 기업인 등 이미지를 먹고 살아가는 이들이 성금과 도움의 손길이 이어진다. 홍보라도 하듯 TV프로그램에 나와 소감을 밝히며 성금을 낸다. 기부 역시도 본질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미지를 광고하는 방식으로 오용된 듯한 인상이 강했다.

다행인 건 변화의 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과 연예인의 기부 문화에서 그 변화가 감지된다. 11일 한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MBC 기부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무한도전’은 이 기간 모두 27억원을 기부했다. 같은 기간 MBC 전체 기부액이 46억원. ‘무한도전’ 한 프로그램이 방송사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써 전무후무한 것이다.

아무리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어도 이 정도 금액까지 기부를 해낸 건 의아하다.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무한도전’의 기부 성과는 단기간에 이뤄진 게 아니다. ‘무한도전’은 해마다 달력 판매, 특집편 수익을 기부한다. 지난해 달력 판매로만 8억7000여만원을, 올해엔 달력 판매와 레이싱 특집을 통해 2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기부하는 예능, 한마디로 예능 프로그램 최초 기부의 일상화가 이뤄진 것이다.

기부와 관련해 한 차례 연예계가 주목받은 일은 또 있었다. 지난달 26일 배우 김보성이 기부단체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에 가입하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500여명의 회원 가운데 연예인은 약 10여명 남짓. 그 가운데 김보성이 남자 연예인 최초다. 처음이란 의미도 깊지만 그의 가입이 상징하는 바는 남다르다.

아너소사이어티는 단발성 기부 단체가 아니다. 고액기부자 모임으로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약정할 경우 가입할 수 있다. 김보성 역시 5년간 총 1억원의 기부를 약속했다. 기부가 나눠져 나눔의 의미를 살릴 뿐이다. 일회성 홍보의 효과는 미미하다. 기부의 일상화가 이뤄진 무한도전처럼 말이다.

그동안 우리는 기부를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치부했다. 재계나 정치인들의 연례 행사, 혹은 재난 기금을 모으는 정도로만 인식돼 왔다.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먼, 그리고 여유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먼 나라 얘기로 생각해온 게 사실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김보성과 ‘무한도전’을 따라 기부 문화도 조금씩 변화할 필요가 있다. 양적인 성장은 물론 질적인 측면에서도 말이다. 일회성으로 혹은 홍보용, 선심 쓰듯 이뤄진 기부 행태를 타파한 김보성과 ‘무한도전’. 이 둘의 나눔이 아름다운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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