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여의도 1번지’ 만만한 게 기업인

입력 2014-10-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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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증인요구 유감이다”, “기업총수 감싸기 유감이다.”

여의도 1번지가 온통 “유감스럽다”는 말로 소란하다. 지난 7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두 번째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6일이 지났지만, 여야는 여전히 정쟁만 일삼고 있다. 애초 이번 국감은 준비기간이 짧고 대상기관 수는 늘어 수박 겉핥기식 부실 감사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한 달 이상 파행을 겪은 직후 열릴 국감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냐는 관측이 많았다.

게다가 올해 사상 최다인 672곳의 피감기관을 20일 간의 짧은 국감 기간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줄 곧 제기됐다.

환경노동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는 아직도 기업인 증인 신청을 두고 여야가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은 주말에도 기업인 증인 채택을 두고 공방을 지속했다. 정부를 감시·감독하고 대안과 비판을 함께 제시하겠다는 ‘정책 국감’의 약속이 올해도 요란한 구호에 그치는 모양새다.

부실 국감 논란은 매년 반복된다. 작년 국감도 고성과 막말 뿐인 ‘호통 국감’, ‘기업 감사’로 얼룩지자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 때 뿐이다.

올해도 상황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자 경제계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부, 국회를 담당하는 기업 대관팀은 어떻게 해서라도 ‘회장님’이 국감장에 불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오너가 국감장에 불려가는 날에는 팀 전체가 하루 아침에 물갈이 되는 경우도 있어 그야말로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업인들이 증인으로 참석해도 대부분이 제대로 해명도 못한 채 몇 시간을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만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은 자신이 호출한 기업인이 참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름만 호명하고 질의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태반이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부족하거나 불성실하다고 판단하면 마치 죄인 다루듯 몰아붙인다. 죄목은 ‘불경죄’, ‘괘씸죄’다.

작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장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고개 숙여 사과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당시 변종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불공정 행위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한 허인철 전 이마트 대표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지만, 예정에도 없던 정 부회장을 불러 따지는 게 과연 적절했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면 실무에 밝은 담당 임원을 호출하는 게 옳은 조치일 수 있다.

올해 국감도 기업인 무더기 호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환노위 증인 출석 여부는 뜨거운 감자다.

삼성전자, 현대차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잠정)은 3년 전으로 후퇴했고, 현대차도 환율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모든 기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감은 정책을 살피는 곳이지, 기업인들을 이용해 관심을 끄는 이벤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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