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철학, 가장 실용적인 학문

입력 2014-10-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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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광 과장 LS-Nikko동제련

평소 철학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철학은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조나 사상은 그 목표를 향해 가는 여러 갈래 길과 이정표라고 생각합니다. 바른 생각을 하기 위해 참조하는 선례와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철학교육(도덕·윤리·철학)은 이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과거에 누가 어떤 사상을 주장했고, 어떤 책을 썼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가치판단의 기준과 논리를 세워가는 방법을 익히는 학문이 ‘인의예지(仁義禮智)’와 ‘칸트’, ‘베이컨’이나 외우는 암기과목으로 전락한 겁니다. 현실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에, 흥미조차 생기지 않습니다.

심지어 토론도 없습니다. 권투를 가르치면서 기술용어와 위대했던 복서들의 챔프 등극 연도만 알려주고, 스파링은 안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들 말합니다. 논리를 주장하면 버르장머리 없고 말 많은 녀석으로 손가락질 받습니다. 바른 철학이 뿌리내리기에 너무나 황량한 환경입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철학이란 ‘쓸모없는 말 장난’이나 ‘고까운 잘난 척’ 정도로 폄훼되어 버렸습니다. 글로벌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학문으로 낙인이 찍혀, 이제 철학과가 남아 있는 대학은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철학이 중요한 이유는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양비론과 흑백논리의 오류가 범람하는 한국 사회는 논리와 윤리의 기준이 널리 공유되어야 합니다. 철학은 선동의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이자,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건강하게 판단하고 효율적으로 생각하게 이끌어 주는 공식입니다. 그래서 철학은 우리생활과 가장 가까운, 가장 실용적인 학문입니다.

모두에게 공정하고 희망이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학을 살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공자왈 맹자왈’은 안됩니다. 사조와 사상보다는 논리와 토론 중심의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부모는 가정에서 아이들과,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각하고 판단하는 훈련을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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