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주년/ 허리가 미래다] 0.04% 중견기업이 ‘수출 10%•투자 25%’… ‘미드필드’ 키워라

입력 2014-10-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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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美•日 ‘히든챔피언’ 경제활성화•일자리창출 중심 역할 … 韓 규제증가•세제지원 감소 등 불이익 기업 성장 유도 규제개선 필요

중견기업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중심 역할로 발돋움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주요 국가들은 대기업 중심의 편중된 기업 구조로는 위기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중견기업 육성을 강조했다.

특히 경제침체 속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한 독일의 경쟁력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 중견기업들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중견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히든챔피언 독일은 1307개, 한국은 23개에 불과 = 시장점유율 세계시장 1~3위, 매출액 40억 달러 이하, 대중적 인식이 낮은 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을 의미하는 히든 챔피언의 조건이다. 독일은 이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이 1307개에 달한다. 2위인 미국의 366개, 3위인 일본의 200개보다 훨씬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히든 챔피언 기업은 23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과 수출 등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중견기업 숫자 비중 자체가 매우 낮은 한계도 갖고 있다.

2013년 기준 중견기업의 연평균 고용 증가율을 보면 5.2%로 대기업의 연평균 고용 증가율 4.3%보다 높다.

중견기업의 수출액은 603억 달러로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10.9%를 차지하는 가운데 설비 투자 비중도 전체 설비 투자에서 25.4%의 비중을 기록하는 등 경제 기여도도 높다.

반면 전체 기업 수 대비 중견기업 비중은 스웨덴 13.2%, 독일 11.8%, 중국 4.4%보다 낮은 0.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용자 수 대비 중견기업 비중도 독일이 46.1%로 가장 높고 일본 22.5%, 스위스 19.8% 등의 순이며 우리나라는 4.55%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독일 등 선진국처럼 중견기업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팬 신드롬, 중소기업에 머무르고 싶은 중견기업 =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중견기업에 대한 정의를 처음 도입했다. 이전에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모두 대기업으로 분류했으나 법 개정 이후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경우를 중견기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모호한 위치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원이 미미했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서 금융과 정책적 지원이 줄고 각종 규제가 늘어나는 등 불합리한 환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중소기업 단계와 다르게 규제 증가(45.3%), 세제지원 감소(24.6%), 정부 조달 관수(官需)시장 등 판로 축소(19.1%), 자금지원 감소(11%) 등의 애로를 겪는다고 답했다.

각종 규제와 조세제도 등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분법적 구분이 중견기업은 물론 성장하고 있는 중소기업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대신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피터팬 신드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로 기업들이 중소기업 전용 조달시장 등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을 받고자 자회사를 설립하는 ‘회사 쪼개기’ 방식의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중견기업 성장 부담 완화해야 = 이에 전문가들은 중견기업으로의 성장 부담을 완화하려면 연구개발(R&D) 투자, 기업 인수·합병(M&A), 가업 승계 등과 관련한 조세감면 세제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다.

김군수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견기업의 기술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원천기술의 연구개발비와 특허권의 기술취득금액에 대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기업 M&A를 통해 중견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가업 승계를 통한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은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확대·추진키로 했다.

우선 중견기업연합회는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명문 장수기업 센터’를 설립, 컨설팅 업무를 시작했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중견기업을 ‘히든 챔피언’으로 발굴해 경제 주역으로 키우려는 취지다. 10월부터는 ‘명문 장수기업 만들기 전략포럼’을 열고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지역 커뮤니티’ 구축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도 국가 경제의 탄탄한 허리 구축을 위해 오는 2017년까지 글로벌 전문 중견기업 300여개를 육성하는 한국형 히든챔피언 전략인 ‘월드클래스(World Class) 300’사업을 2011년부터 이어 오고 있다. 이들 기업에는 △R&D 자금 5년간 최대 75억원 지원 △맞춤형 마케팅 로드맵 수립 및 해외마케팅 지원 등 26개 맞춤형 패키지 지원이 제공된다.

또 세계적 수준의 히든챔피언으로 등극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으로 10년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지원한다. 아울러 정부는 중견기업 성장 기반 확충에 올해보다 29.2%(202억 원) 증가한 892억원의 예산을 내년에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도 내수 중심의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현장 중심의 ‘글로벌 성장 사다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기업은 최장 18년간 수출자금 대출 보증 한도 우대, 보험료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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