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주년/1000만 요우커, 증시 지형 바꾼다] ‘식욕’ 드러낸 왕서방

입력 2014-10-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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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시그룹, 아가방 최대주주로… 한국기업 M&A 늘어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에 유입된 ‘차이나 머니’ 23조금융회사 인수 추진… 中기업 10곳 국내 상장 준비도

국내기업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중국 내수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데 가운데 중국기업의 역습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중국기업이 국내 유아용품 1세대 기업인 아가방앤컴퍼니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공시가 떴다. 이에 아가방앤컴퍼니의 주가는 이달 들어 이틀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40%가 올랐다.

여기에 중국 여행사가 국내 제약사 중 하나인 슈넬생명과학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도 증권가에 돌고 있다. 그러자 슈넬생명과학의 주가도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국내 증권가에는 중국자본들의 인수합병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통 뿐만 아니라 업계 전분야에 걸쳐 중국 자본의 유입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자본의 국내 기업 쇼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종 가리지 않는 전방위 공격=국내 기업인수합병(M&A)시장에 중국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5건에 이른다. 지난 2008년 1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중국 산업자본의 공격성이 국내 전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기업이 국내 유아용품 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했다. 주인공은 국내에 라임패션코리아를 설립한 랑시그룹이다. 패션업계에도 중국 자금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인터크루 브랜드로 알려진 더신화와 카이야크만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아비스타의 주인도 최근 몇 년새 중국기업으로 변경됐다.

국내 산업의 대들보인 대기업집단 계열사에 투자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관련 업체인 텐센트는 CJ그룹과 재무적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또 홍하이그룹은 지난 6월 SK그룹의 지배구조상 유니콘의 뿔에 해당하는 SKC&C의 지분 5%를 인수해 대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 자본시장 진출 움직임=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차이나머니도 최근 들어 급증세를 타고 있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유입된 중국계 자금 잔액은 2008년말 기준 4711억원에서 지난해말에는 20조8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4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유입된 자금 잔액은 늘어나고 있다. 올해 7월말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 남아 있는 중국자금은 23조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국내 금융회사를 인수에 나서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최근 중국 푸싱그룹이 현대증권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투자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푸싱그룹은 현대증권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EY한영에 인수 의사를 밝히고 본격적인 기업 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푸싱그룹은 이에 앞서 LIG손해보험과 KDB생명을 인수하려고 한 적이 있는 등 본격적인 한국 자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이후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한 중국기업들의 상당수는 쓴 맛을 본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007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계 기업 평산차업은 ‘시가총액 미달’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상장폐지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중국식품포장도 스스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고 국내 증시에서 떠났다. 이는 중국기업에 대한 우호적이지 못한 시장 환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중국기업들이 풍부한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국내 증시에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10곳가량의 중국 기업이 한국 증시 상장을 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제분회사인 평위는 지난달 국내 증권사와 기업공개(IPO) 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 중 하나인 크리스탈홀딩스, 의료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트리플엑스과 퉁런탕 등도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들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유아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하이촨과 헝성도 상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기업들의 러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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