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자라는 탈모치료제 시장
직장인 계현수씨(34·가명)는 탈모치료에 매달 100만원을 지출한다. 그는 탈모치료 전문숍에서 1회에 20만원가량 드는 이른바 ‘메조테라피’ 치료를 매주 받는다. 또 병원에서 한국MSD의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처방받아 복용하는데, 약값만 7만원이다. 그는 샴푸도 특별한 것을 쓴다. 두피를 약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는 계면활성제를 포함하지 않으면서도, 탈모 방지 기능이 있는 기능성 샴푸다. 이 샴푸 값은 일반 샴푸보다 2~3배 비싼데, 용량이 적어 실질적으로는 5~6배 비싸다. 뿐만 아니다. 석 달 분량에 5만원가량 하는 뿌리는 발모제도 사용한다.
다이어트제와 함께 해피드러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탈모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기능성 제품을 포함한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는 최소 3조원 규모에 달한다.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만5659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병원의 전문적인 진료를 받지 않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3배 이상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전문적 탈모치료를 하지 않는 탈모 환자를 포함하면 5명 중 1명꼴로 탈모를 경험한다는 통계를 낸 적이 있다.
◇경구용 탈모 치료제 한국MSD-GSK 맞붙는다 = 탈모 환자의 경우 대부분 경구용 탈모치료제를 복용한다. 전문의약품 분야에서는 한국MSD와 GSK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한국MSD는 미국 의약품안전국(FDA)의 승인을 받은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가 국내 남성형 탈모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임을 강조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연세원주의대 피부과 이원수 교수는 “모든 남성형 탈모 진행 단계에서 경구용 피나스테리드와 국소 미녹시딜 제제를 이용한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A등급(강력권장)”이라고 설명했다.
GSK는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의 탈모 치료 적응증을 의사를 중심으로 적극 홍보하며 시장 장악에 나섰다. GSK는 특히 높은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억제율을 강조하고 있다. 남성호르몬인 DHT는 남성형 탈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GSK에 따르면 아보다트의 경우 복용 6개월 시점에서 혈중 DHT를 92%, 두피의 경우 51%까지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광성 인하의대 교수(피부과)는 “피나스테리드가 모낭의 5알파환원효소 2형만을 억제하는 데 반해, 아보다트는 1형과 2형 모두 억제해 효능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즉 피나스테리드 복용에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는 아보다트를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OTC 탈모치료제 시장도 쑥쑥 = 약국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탈모 치료제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OTC 탈모치료제 생산액은 2010년 10억원에서 2013년 78억원으로 뛰었다. 불과 3년 만에 8배 가까이 급신장한 셈이다.
OTC 탈모치료제가 뜨는 이유는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호르몬을 조절하고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는 전문의약품은 효과는 좋지만, 부작용 우려가 있다. 이에 가임기 여성이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사용에 제한이 있다.
OTC 경구용 탈모치료제 시장의 대표주자는 현대약품, 동국제약, 동성제약, 후파르마 등 4곳이다. 여기에 일동제약과 조아제약까지 시장에 뛰어들며 6파전 구도로 흐르고 있다.
조아제약은 경구용 탈모치료제 ‘케라스트캡슐’을 선보이고 있다. 케라스트캡슐은 약용효모·케라틴·비타민B1(티아민질산염)·비타민B5(판토텐산칼슘)·L-시스틴·P-아미노벤조산 등 6가지 비스테로이드성 영양성분으로 무장했다. 이는 확산성 탈모를 완화시킬 뿐 아니라, 손톱 발육 부진에도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한방을 택했다. ‘시크리티스’는 하수오, 천문동 등 두피와 모발 건강을 지켜주는 한방 생약 원료를 담았다. 여기에 비타민 성분을 섞어 유전성·스트레스성·여성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를 배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탈모 치료제 시장도 ‘여성시대’ = 탈모 시장에 여성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최근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탈모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 무려 40%가량이 여성 환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탈모 치료제는 호르몬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용해 가임 여성의 경우 부작용 우려가 컸다. 이에 제약사들이 여성 전용 탈모치료제를 출시해 여성 환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의사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이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갈더마 ‘엘-크라넬’은 남성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농도를 낮추는 반면, 모낭세포 증식을 촉진해 탈모를 막는 여성 전용 탈모 치료제다. 임상 결과 치료 7.5개월 후 여성의 성장기 모발비율이 69%에서 77%로 증가해 환자 80%가 성공적으로 치료받았다.
현대약품은 여성전용 제품으로 ‘마이녹실S캡슐’과 바르는 ‘마이녹실3%’를 선보였다. 마이녹실S캡슐은 모발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케라틴을 포함해, L-시스틴, 약용효모 등 6가지 성분이 배합됐다.
동국제약 ‘판시딜’은 확산성 탈모치료제로 남성과 여성 모두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판시딜은 맥주 효모를 정제한 약용 효모를 주성분으로 해 여성이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탈모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번쯤은 앓는 현대병이자 유전병”이라며 “치료 효과가 높아질수록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는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