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한다. 최근 증세논란과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대내적인 비판에 직면한 그로서는 경제외교력으로 내부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한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의 전례가 참고가 될 것이다.
최 부총리는 19~21일 호주 케언즈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다. 최 부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 등 ‘한국경제 세일즈’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또 세계경제 회복세가 취약하고 국가별로 상이한 점을 감안해 국제사회에 보다 과감한 정책 대응도 촉구할 방침이다.
역대 경제수장들에게도 국제무대는 능력을 검증받는 또 하나의 자리였다. 성과에 따라서는 대내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는 지렛대가 되기도 했다. 전임자인 현 전 부총리의 경우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이 국내에서의 입지를 굳히는 큰 계기가 됐었다.
현 전 부총리는 당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선진국의 무질서한 출구전략이 신흥국 경제에 파급효과를 준 뒤 다시 선진국으로 전이된다는 ‘역파급효과’이론을 내세웠고, 국제사회 공조를 이끌어내 한국의 발언권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로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이나 지난해 세법 개정안의 ‘중산층 증세’ 역풍도 상당 부분 타개할 수 있었다.
정도는 다르지만 최 부총리도 유사한 상황이다. 최근 담배세, 지방세 인상 등으로 ‘증세공약 파기’라는 논란이 지속됐고 확장적인 내년 예산안으로 ‘균형재정 포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의 출국이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가 이번 회의를 통해 영향력을 굳힌다면 국내정책들의 국회 통과 등에도 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전 정부의 윤증현 전 장관의 경우 2010년 경주에서 열렸던 G20재무장관회 등의 활약상을 남겼다. 당시 그는 특유의 두둑한 배짱과 국제감각을 통해 IMF(국제통과기금) 개혁안 등을 이끌어내 외신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일부 선진국이 한국의 발언권이 너무 커졌다며 불만을 제기할 정도였다.
이듬해 9월 국제무대에 데뷔한 박재완 전 장관도 국제회의를 통해 국내 경제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당시 그는 환율급등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과도한 환율 변동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G20 재무장관 공동선언문에 명기하도록 하는 등으로 외교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