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의 유쾌 상쾌 통쾌]MCM은 어느 나라 브랜드일까

입력 2014-09-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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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M은 한국 브랜드입니까, 독일 브랜드입니까.”

“한국 기업이 사서 부활시켰지만 독일 태생의 브랜드입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도산대로에 위치한 성주그룹 신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쏟아진 질문에 대한 김성주 회장의 답변은 이랬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한국보다는 ‘독일’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간담회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탁월한 언변으로 MCM의 탄생 스토리로 좌중을 압도했지만, MCM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을 받자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그렇다면 이 같은 질문이 왜 나왔을까. MCM은 국적 불명의 브랜드다. MCM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혼란을 겪는다. 김성주 회장 본인부터 MCM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으니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MCM은 지난 2005년 성주그룹이 인수한 독일 브랜드다. 유럽에서 나름대로 인지도는 있었지만, 김 회장의 손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런 스토리에 익숙하지 않다. MCM은 어떤 자리에서는 한국 브랜드로, 어떤 자리에서는 독일 브랜드로 모습을 바꾼다.

엄밀히 말하면 국내에서는 한국의 대표 명품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세계 시장을 개척한 한국 패션의 일등공신이란 칭송도 받는다. 그러나 MCM을 사랑하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는 독일이 강조된다. 한국은 자취를 감추고 독일 태생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성주그룹의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기자도 십분 이해한다.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명품이 없는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스토리와 제품 및 디자인 철학을 다양하게 보유한 독일 태생을 강조하면 세계인들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김 회장도 이 부분에는 솔직했다. 그는 MCM을 독일 브랜드라고 소개하는 점에 대해 “망가져가고 있던 MCM을 글로벌럭셔리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독일 브랜드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독일을 강조하는 이유가 마케팅에 기인한다는 점이 명백해진 것이다.

김 회장은 이날 MCM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새로운 비전을 실천해 300개 매장을 2020년 2450개로 확대하고, 7000억원대 매출을 2조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그의 목표다. ‘MCM은 한국의 요람에서 키워낸 글로벌 아기이며, 21세기를 대표하는 명품’으로 글로벌 위상을 기대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목표는 실현 가능해 보인다. 중국인들의 MCM 사랑에 면세점 매장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매출도 호조다.

그래서 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김 회장은 항상 한국을 세계 명품 강국 반열에 올려 놓기 위해 MCM을 인수했다고 밝혀왔다. 한국이 패션명품 강국이 되는 첫 출발점이 MCM이 될 것이란 자신감도 표출한다. 김 회장이 제시한 전략대로 MCM이 성장하면 우리는 독일 명품 탄생을 축하해야 하는 것일까.

국적 불명의 브랜드라는 오명을 받아 이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면 김 회장 스스로 정체성을 정확히 정립해야 한다. 더욱이 MCM은 김 회장의 자신감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신 명품 브랜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독일에서 태어난 MCM은 한국인의 손에서 만들어진 한국 명품입니다.” 당당한 그의 발언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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