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총재 “디플레 빠질 가능성 크지 않아”
“수치가 부정적인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디프레이션으로 판단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는 확대해석이라는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다만 장기적으로 양극화와 가계부채, 내수부진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일본식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 수장이 직접 디플레 발언은 한 가장 큰 이유는 물가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1년 11월 전년 동월 대비 4.2%를 기록한 이후 매달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2년 11월 1.6%를 기록한 이후엔 1% 수준의 저물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적정 물가관리 목표로 2.5~3.5%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디플레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79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지난 2012년 2월 24억1000만달러 적자에서 3월 38억1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뒤 29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저물가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등을 비추어 볼 때 일본과 유사한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수치적으로는 징조가 발견되고 있지만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기조적인 물가흐름을 뜻하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2%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 8월에는 근원물가가 2.4%로 2012년 2월(2.5%) 이후 가장 높고 기대 인플레이션은 2.8%에 이르렀다. 8월 농수산물은 4.8% 떨어졌지만 공업제품은 2.1% 올랐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떨어지기는 했지만 3% 중후반이다. 물가와 경기 모두 심각한 상황은 아직 아니라는 의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지금은 디플레이션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유로경제처럼 물가 하락 압력이 넓게 퍼져 있고 저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성장률이 마이너스 방향으로 갈 정도였는데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고, 저물가·저성장이라고 해도 현재는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기재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의 발언에 대해 적극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재부는“‘내수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며 최 부총리의 발언을 수습했다.
최 부총리도 기자들을 만나 “우리 경제가 내수부진에 따라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으로 갈 우려가 있다는 경고는 수없이 나오고 있다. 그런 쪽으로 가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디플레이션론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기재부와 본인의 해명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하진 않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