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경제회생의 전제조건

입력 2014-09-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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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정부가 쓰러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재정확대, 금리인하, 규제개혁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우리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고용창출 능력을 잃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 연쇄 부도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경제가 실업과 부채의 악순환에 걸려 붕괴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경기회복을 기다리다 지친 경제 주체들이 경제 의욕을 잃고 체념을 하고 있다.

먼저, 최경환 경제팀은 대출규제를 완화하여 부동산 시장을 살릴 계획이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 재산 가치가 증가하고 묶여 있던 자금이 돌아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다. 또한 새 경제팀은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환류시켜 구매력을 높일 방침이다. 기업이 투자를 안하고 쌓아놓은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임금으로 지급하도록 유도하여 내수부진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새 경제팀은 41조원의 공공기금을 투입하여 정부가 직접 경기부양에 앞장서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렸다. 가계와 기업의 금리 부담을 줄이고 통화 공급을 늘려 경기부양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경우 경기부양 효과는 배가한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활성화 정책은 일단 경제살리기의 물꼬는 텄다. 전임 현오석 경제팀은 소신과 지도력 부족으로 정부 출범 후 1년 반의 시간을 허비했다. 지난 대선 때 최대의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는 세력간 힘겨루기에 휘말려 용두사미로 끝났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요체인 창조경제는 아직도 개념이 모호하다. 이런 상태에서 새로 들어선 최경환 경제팀이 경기부양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이자 답답한 경제가 숨통을 트는 분위기이다. 특히, 경기활성화의 현장인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며 매기가 돌고 있다. 또한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며 자금흐름의 통로인 증권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증권시장의 회복세가 경제를 살리는 동력으로 작동할 경우 우리경제는 내수증가->투자확대->일자리 창출->소득상승->다시 내수증가의 선(善)순환 체제를 구축하여 도약의 궤도에 오를 수 있다.

그러면 정말 우리경제는 살아나는 것인가?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우리경제는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합동의 전방위적인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하여 신산업 발굴에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여기에 기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게 해야 한다. 즉,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어 신 산업을 끊임없이 발굴하여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개혁의 밑그림이 있어야 한다. 둘째, 정치권과 정부가 사회를 통합하고 미래 경제발전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여 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다시 뛰게 해야 한다. 특히 여기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업가들의 창업정신을 고취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들이 강한 목표의식을 갖고 도전정신을 발휘할 경우 경제는 어떤 상황에서건 다시 일어선다.

이런 견지에서 독일 슈뢰더 전 총리의 살신성인의 리더십을 배울 필요가 있다. 통일 후 비틀거리던 독일경제를 살리기 위해 슈뢰더 총리는 연정체제를 구축하고 규제완화, 복지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담은 어젠다 2010을 실천에 옮겨 독일경제를 유럽 최강 경제로 만드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정작 자신은 정치적 지지기반을 잃고 재선에 실패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우리나라 정치인과 관료들이 배워야 할 시대정신이다.

경제의 구조개혁과 체질개선 없이 경기부양 정책에 집착할 경우 경제는 잠시 거품에 들떴다가 빚더미 위에 올라 앉아 다시 무너질 수 있다. 벌써 정부가 내세운 주택시장 활성화와는 관계없이 대출규제가 풀리자 자영업자나 서민들의 빚이 늘고 있다. 또 새 경제팀 출범 이후 급히 올랐던 주가가 추가적인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시중의 부동자금은 몸집을 불리며 투기 대상을 찾고 있다. 자칫하면 정부 정책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근본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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