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경영 실패 아닌 정부의 기획 해체”
김 회장은 지난 4년간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교 교수와 서울,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20여차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 교수는 이를 토대로 저술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오는 26일 출간할 예정이어서 정ㆍ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99년 8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이후 오랜 기간 침묵해 온 김 전 회장은 이 책을 통해 솔직한 심경을 전한다.
저자인 신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IMF 체제에 대해 나름대로 일관되게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한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나조차도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고, 제대로 알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1967년 김 전 회장이 설립한 대우실업이 모태인 대우그룹은 30여년 만인 1998년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에 자산총액이 76조7000억원에 달하는 재계 2위의 그룹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자금난에 시달리다 1999년 8월 채권단에 의해 워크아웃 결정이 내려진 뒤 해체됐다. 지나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대우자동차의 부실로 몰락했다는 것이 그동안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되는 ‘김우중과의 대화’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과 주장이 공개될 예정이다.
김 전 회장과 신 교수는 이 책에서 당시 정부가 국민경제에 더 큰 손실을 끼지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대우자동차를 제너럴모터스(GM)에 헐값에 넘겼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정부의 이러한 잘못된 판단 때문에 한국 경제가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에는 당시 경제관료들과의 충돌이 원인이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동성 문제가 외부로 본격적으로 불거질 당시 경제팀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우그룹의 자금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김 전 회장은 2005년 6월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재판에서 징역 8년6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8년 1월 특별사면됐다. 이후 주로 베트남에 머물면서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진행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