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장 같다”...美 퍼거슨 사태 악화일로

입력 2014-08-19 04:24수정 2014-08-1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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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위군까지 투입...과잉진압에 반감 더 커져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무장한 경찰이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진압하고 있다. 블룸버그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가 주방위군 투입 결정에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0대 흑인 청년의 총격 사망 사건이 발단이 된 이번 사태는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주민들과 중무장한 진압 경찰 간 대치는 격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 및 야간 통행금지 조치에 이어 주방위군 동원령까지 내렸다.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을 백인 경관이 총으로 쏴 숨지게 하면서 정치적, 인종적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인 경관의 신분을 늑장 공개하고 수사내용 발표에도 혼선을 빚으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있다.

진압경찰이 군인에 버금가는 중무장에 나선 것도 주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퍼거슨시에서 사고 발생 이후 경찰 당국의 불성실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9일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던 마이클 브라운(18)이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퍼거슨시의 외할머니 집 근처에서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지만 경찰은 총을 발사한 경관의 신원을 포함한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의 항의시위가 폭력·약탈로까지 비화하자 사건 발생 4일째인 12일 미 연방수사국(FBI)이 직접 수사에 착수했고, 14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지인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퍼거슨 경찰 당국은 사건 발생 6일째인 15일 발포자인 대런 윌슨 경관의 신원과 당시 상황을 설명했지만 오히려 사태의 불씨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찰은 브라운을 당일 오전 인근 편의점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몇 시간 만에 절도 사건과 총격 사건은 무관하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제이 닉슨 미주리주 주지사는 16일 퍼거슨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을 금지했으며 17일에는 주방위군 동원령을 내렸다.

윌슨 경관은 브라운이 도로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하려 했으며, 경찰의 정당방위 주장과 달리 브라운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족들이 요청해 별도의 부검을 실시한 결과 브라운이 머리에 2발, 오른팔에 4발 등 총 6발을 맞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지난 199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제2의 로드니 킹’ 사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과속 운전으로 도주하는 흑인을 무차별 폭행한 경찰이 무죄를 선고받자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현지 언론은 당국의 사태 진압 과정 역시 지나치다고 보도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은 연막탄과 최루탄은 물론 섬광수류탄과 소총을 갖췄으며 군용트럭과 장갑차까지 투입됐다.

정치권 또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당국의 과도한 시위 진압을 지적하고 있다.

존 루이스(민주·조지아주) 연방 하원의원은 17일 NBC에 출연해 “퍼거슨시의 광경은 마치 이라크 바그다드나 다른 전쟁터를 보는 것 같다”면서 “퍼거슨시는 중국이나 러시아 콩고가 아닌 미국의 일부이며 평화로운 비폭력 집회를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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