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밥그릇 싸움에 가을 성수기 "거래세 대란" 우려

입력 2006-08-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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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거래세 인하 방침에 대해 한나라당이 정면으로 제동을 걸면서 9월 정기국회 통과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이 9월은 통상 가을철 이사성수기로 꼽히는 만큼 적지 않은 수의 이사가 있을 것으로 예측돼 이같은 정치권의 입장차이로 이사를 하려는 서민들만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거래세인하 방침은 정부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양도세를 '실거래가 과세', '2주택 중과세' 등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올리는 반대급부로 주어진 혜택이다. 당정은 지난 8월 3일 거래세를 현행 4.0%에서(대인간 거래) 2.0%로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노무현정부의 증세(增稅)정책에 맞서 일관된 감세(減稅)정책을 펴온 한나라당은 지난 14일 거래세를 1.5%로 인하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9월 정기국회에서 거래세 인하방안이 통과될 것이 기대됐다.

이에 따라 올 9월 이후 이사를 계획한 사람들은 다소간 과태료 부담을 지더라도 등기를 거래세 인하 이후로 미루고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시도지사협의회가 거래세인하로 생긴 세수부족을 국세로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한나라당은 거래세 인하 방안에서 한발 빼고 있는 상태. 종전까지 거래세 인하를 주장해온 한나라당은 자당(自黨)소속이 대부분인 시도지사 협의회가 반발하자 양도세 등 국세 일부의 지방세보전 우선으로 감세 정책을 수정한 상태다. 반면 아쉬울것 없는 정부로선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여야간 거래세를 둘러싼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국회 통과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자 등기를 미룬 사람들은 격한 반발에 들어갔다.

◆여-야 모두 아전인수

상황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우선 참여정부의 이후 지속적으로 실시된 국세 인상에 첫번째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방세인 재산세의 일부를 국세로 돌린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올들어 과세표준도 종건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내려 사실상 상당부분의 지방세를 국세로 돌린 바 있다.

또한 역시 국세인 양도소득세가 크게 올라간 것도 이같은 거래세 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정부는 기준시가로 부과하던 양도소득세를 실가거래신고를 통해 사실상 실거래가를 과세표준으로 바꿨고 더욱이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세 정책을 펴 양도차익의 최고 75%까지 소득세로 징수할 수 있게끔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2~3년간 크게 오른 집값으로 인해 턱없이 많은 양도세를 물게 된 주민들이 반발에 들어갔고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것이 바로 취득세, 등록세 등 거래세의 인하다. 거래세는 지난 2004년까지 실거래가의 30~40%선인 지방세 과세표준액의 5.8%로 징수됐지만 과세표준이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에 따라 실거래가로 바뀌면서 2~3배가량 치솟게 된 것. 이에 정부는 지난해 거래세를 4.0%로 인하한데 이어 올해 또 2.0% 인하 방침을 꺼내들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거래세는 지방세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즉 정부는 국세를 크게 올리고 그 반대급부로 지방세를 떨어뜨린 것.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신설로 인해 지방세를 국세로 '빼앗긴'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은 자연스러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 한 지방세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남의 돈'으로 생색을 내고 있다"며 "국세는 올리고 지방세는 낮춘 후 지방세 부족분의 국세 보전이 어렵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중심의 지방자치단체들도 비난을 피하긴 어렵다. 거래세가 5.8%에서 1.5%로 3.8배가 줄어들지만 이는 과세표준액이 2~3배가량 오른 것을 생각하면 상당부분 상쇄가 되기 때문. 더욱이 정부가 2.0% 거래세 인하 방침을 밝혔을 때 1.5%로 추가 인하를 주장했던 것은 다름아닌 한나라당이다.

일단 상황은 정부가 칼을 쥐게 된 상태. 거래세 1.5% 추가인하를 주장해오던 한나라당이 시도지사 협의회의 반발 이후 '말 바꾸기'를 하자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집 거래를 앞둔 네티즌들의 불만으로 도배가 될 정도로 심한 반대 여론에 휩싸인 상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자당 소속이 대부분인 시도지사 협의회의 뜻을 거스릴 수도 없어 이래저래 난처한 입장일 수 밖에 없다.

반면 정부로선 거래세 인하가 늦어지게 된 것에 대한 모든 잘못은 한나라당에 떠넘길 수 있는 만큼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이다. 한 세무전문가는 "당초 원인은 여당에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모든 책임은 야당에 있는 상황"이라며 "한나라당이 여론의 역풍을 맞아가며 거래세 인하를 늦추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여야는 28일 열릴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 최종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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