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인간의 비합리성과 투자원칙의 중요성

입력 2014-08-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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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섭 KB자산운용 ETF전략팀 팀장

몇 년간 방송을 접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던 신정환씨가 최근 모 스포츠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진위야 어찌됐던 지인들과 놀러 간 해외여행에서 우연히 도박을 하게 되었고, 수억원의 돈을 날리게 되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비단 신정환씨만이 아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도박으로 인해 수억원의 돈을 날렸다는 기사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고전경제학에서는 모든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가정해 왔는데, 일반인에게는 몇 년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되는 돈을 불과 며칠 사이에 탕진하는 이러한 행동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최근 경제학의 흐름은 고전경제학과 달리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때때로 불안정한 존재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교과서가 아닌 실제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정확한 논리구조를 따라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많은 경우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어림짐작, 과도한 확신 등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은 다음과 같은 동전 던지기 실험을 통해 이러한 인간의 비합리성을 꼬집었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오면 150달러를 받고, 뒷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잃는 게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이 게임에 참여할 것인가?”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확률의 기대값에 따르면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50%로 동일하고 수익의 크기가 크므로(즉 기대값이 0보다 크므로)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00달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다수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실험의 요지이다.

이러한 행동방식은 도박에 빠져 잃어버린 원금 생각에 가진 돈을 다 날려버리는 일부 연예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투자한 주식이 하한가로 빠져도 투자원금 생각에 물타기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 가입한 펀드가 손실 폭이 너무 커서 원금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절대 환매하지 않겠다는 펀드 투자자들처럼 우리 자신의 얘기이기도 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공포감과 두려움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원금이 깨져 몇 십 프로가 넘게 손실이 나고 있는데 과감히 손절매하는 것도, 세상이 망할 것처럼 주식이 폭락하고 있는데 과감히 주식을 사기도 힘들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주식을 산다는 워런 버핏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지구상에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일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비합리적이고 감정에 휩쓸리는 불안정한 동물이지만 투자의 원칙이라는 등대를 밝힌다면 아무리 공포감이나 낙관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투자하기 전 해당 투자상품을 분석하여 도달 가능한 목표수익률을 정하고 해당 수준에 도달하면 상황이 아무리 낙관이 지배한다고 하더라고 수익을 실현하고, 반대로 보유자산을 감안하여 감내 가능한 손실한도를 사전에 정하고 그 수준을 넘는 손실이 발생하면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매도를 하는 등의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정립해보자. 이러한 투자원칙만이 투자의 성공이라는 이상향에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이끄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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