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재계에 따르면 하반기 들면서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본사 인력의 현장 재배치 등 조직·업무 재편은 물론 관리비·출장비 등 각종 비용 절감을 주요 골자로 한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조직과 사업을 통폐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올 연말 큰 폭의 정기인사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면서 “기업들이 각종 경영변수로 인해 보수적으로 돌아선 만큼 내수 살리기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정유, 물류, 유통 등 현재 국내 모든 업종의 기업들이 비상경영을 통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삼성전자는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자 비용 절감과 긴장감 조성을 통한 돌파 전략을 마련했다. 최근 삼성전자 일부 임원들은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의 25%를 자진 반납했으며, 비행시간 10시간 이하의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일반석)을 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의 출장비를 최대 20% 줄이고, 다음달 초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가전전시회(IFA) 참여 경비도 최소화했다.
포스코는 2년 전부터 실시해온 비용 절감 노력을 최근 강화하고 있다. 1조~2조원 가량의 일반 경비 지출을 줄여 생산원가 절감과 함께 수익성 관리에 힘쓰고 있다. 현대중공업 2000여명의 임원들은 지난 6월부터 급여의 일부(10~30%)를 자진 반납했다.
정유·석유화학 업종 기업들도 마른 수건까지 짜내겠다는 심정으로 비상조치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매주 구자영 부회장 주재로 SK종합화학,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 SK이노베이션은 사업회사별로 출장비, 광고비, 교육비 등 운영 예산을 최대 20%까지 줄였다. GS칼텍스는 지난 6월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1개 본부로 통합하고, 경영지원본부를 폐지해 대외협력실로 개편하는 등 조직 개편을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더불어 주유 적립 포인트 제도를 축소하고, 제휴서비스를 잇따라 종료하는 등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였다. 효성은 임직원들의 해외 출장 시 저렴한 항공사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의 대규모 파업 움직임 등 잇단 악재에 산업계 전반이 침체에 빠져 있다”며 “하반기 경제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