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해외직접투자, 국내 설비투자의 5배…갈 길 먼 ‘한국판 리쇼어링’

입력 2014-08-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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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기업 올들어 전무...대책 보완 시급

국내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나라밖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 2분기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은 국내 설비투자의 5배에 달했다. 해외직접투자 규모(신고액 기준)는 1분기 보다 10.2%나 늘어난 반면 국내 설비투자는 같은 기간 동안 2.1%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바람에 정부가 ‘유턴기업법’까지 제정해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리쇼어링(reshoring, 해외 이전 기업의 본국 귀환)은 올들어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해외직접투자 규모(신고액 기준)는 80억8000만 달러로 1분기 보다 10.2% 늘었다. 해외 직접투자는 지난해 4분기 4.2%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2.1%나 줄었지만 3분기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같은 기간 제조업 부문 해외직접투자는 27억6000만달러를 기록, 전분기 대비 23.3%나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 해외직접투자가 광업(-30.5%) 등의 부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 감소한 가운데서도 제조업은 11% 증가하는 깜짝 성장세를 보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조업 분야의 중국에 대한 해외투자가 1분기 6억8000만 달러에서 2분기 9억달러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업들은 국내 투자에 인색했다. 지난 2분기 전분기 대비 국내 설비투자는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해외투자 증가율의 5분의 1 수준이다. 설비투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57%)이 제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업체들의 해외투자 러시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투자와 소비 부진으로 경기둔화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기로에 서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제조업의 ‘엑소더스’ 현상이 심화되면 자본유출, 산업공동화, 일자리 손실 등을 유발해 ‘고용과 투자 없는 성장’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 완화와 함께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해외에 세운 생산공장의 국내 이전을 유도하는 ‘한국판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위해 세금감면, 보조금 혜택을 주는 일명 ‘U턴기업지원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체감혜택이 적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턴법에는 기업들이 법인세, 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시점이 영업이익 발생일이 아닌 사업자 등록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초기 정착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이다. 또 해외에서 완전히 철수한 기업에 대해서만 100% 지원 혜택을 준다는 점도 기업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불만도 높다.

전문가들은 외국으로 나간 공장을 불러와 국내 투자로 전환시키려면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은경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규제개혁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전반적으로 투자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정부 차원의 과감한 세제와 재정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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