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사극 열풍] 정통사극 vs 퓨전사극, 같은 소재 다른 매력 ‘역사의 두 얼굴’

입력 2014-08-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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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 철저한 고증 바탕 ‘용의눈물’… 기발한 상상력과 화려한 감각 ‘다모’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소재로 그려내는 사극은 크게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으로 나뉜다. 정통사극은 역사적 사실과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실제 존재하는 사실에 입각해 제작한 극이다. 이 때문에 정통사극은 역사교과서 역할도 한다.

반면 퓨전사극은 고증에만 몰두하는 교과서 같은 역사물이 아닌 기발한 상상력과 화려한 감각, 탄탄한 극작법으로 무장한 새로운 형태의 사극을 말한다. 퓨전사극은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새롭고 신선함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 안방극장을 장악하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사극에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

정통사극으로 대표적 작품은 ‘용의 눈물’(1996년)과 ‘태조 왕건’(2000)이다. ‘용의 눈물’은 태조 이성계의 조선 개국부터 아들인 태종 이방원의 정권 창출 부분을 그렸다. 의상비만 10억원, 총 제작비 160억원을 들여 국내 사극 드라마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성계는 고(故) 김무생이, 이방원은 유동근이 맡아 열연했다. ‘태조왕건’은 고려를 건국한 왕건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김영철), 그의 심복이었다가 고려를 건국하게 되는 왕건(최수종),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서인석) 등 3인의 활약상을 그렸다.

이 밖에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명장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린 ‘불멸의 이순신’(2004), 고구려 후기부터 멸망까지 연개소문의 생애를 그린 ‘연개소문’(2006), 우리 역사의 변방으로 인식돼 온 발해와 탁월한 리더십으로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삶을 그린 ‘대조영’(2006),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시기에 새 왕조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의 이야기 ‘정도전’(2014) 등이 있다.

정통사극은 2000년대 장르적 변화를 꾀한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역사적 사실의 재구성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며 “‘대망’과 ‘다모’ 방송을 계기로 기록된 역사를 토대로 한 ‘가능성으로서의 역사’나 역사적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상상으로서의 이야기’가 2000년대 역사드라마의 주류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논문에서 퓨전사극이 생겨난 이유에 대해 정통사극과의 장르적 변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극 앞에 퓨전(fusion)·팩션(faction)·판타지(fantasy)·픽션(fiction) 등의 수식어를 붙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 퓨전사극으로는 ‘대장금’ ‘태왕사신기’ ‘추노’ ‘기황후’ 등이 있다. 장금이가 궁궐에 들어가 최초 어의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드라마 ‘대장금’은 전 세계 한류열풍의 일등공신이다. 아시아 지역을 넘어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100여 개국에 전파돼 국적을 초월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드라마로 성장했다.

이란에서는 90%의 경이적 시청률을 기록했다. ‘태왕사신기’는 고구려 광개토태왕의 일대기와 판타지가 결합한 사극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고구려 강서고분벽화의 사신도에 그려져 있는 사신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극의 재미를 더했다.

‘추노’는 조선 후기 인조 때를 배경으로 양반들에게 돈을 받고 도망친 노비를 추적하는 노비사냥꾼의 이야기로 장혁과 오지호, 이다해 등이 출연, 평균 시청률 30.3%(전국기준, 닐슨코리아)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원나라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고려 여인의 암투를 다룬 ‘기황후’는 하지원을 내세워 주목받았지만, 역사 속 기황후의 엇갈린 평가로 끊임없이 역사왜곡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고려시대 폭군 충혜왕을 영웅적 인물로 미화했다는 비난의 여론이 거세자 고려왕 왕유로 캐릭터를 교체하기도 했다.

또한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기황후의 삶을 드라마로 재구성했다. 1368년 기황후는 주원장에게 대도를 정복당하고 북쪽 초원지대로 물러나 북원을 건국했다. 기황후의 아들 아유시리다라는 북원의 황제가 되었다’고 고지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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