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요부’ 장희빈은 세번 제작
역대 TV사극에서 자주 다뤄진 역사 속 인물로는 누가 있을까. 최근 타이틀 롤을 내세웠던 KBS 1TV 드라마 ‘정도전’ 역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오늘날 TV사극 속에 소환돼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실존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봤다.
조선 제22대 왕 정조는 개화기 이전을 다룬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지상파 3사 작품의 주연급 캐릭터 가운데 가장 높은 출연 횟수를 자랑한다. KBS ‘소설목민심서’(2000), MBC ‘홍국영’(2001), KBS ‘한성별곡’(2007), MBC ‘이산’(2007), SBS ‘바람의 화원’(2008) 등이 그 예다. 한상덕 대중문화 평론가는 “실제 정조는 개혁적 행보를 보인 인물이다. 사회 경제와 밀접한 사극에서 현실 정치가 국민에게 불신을 안겨 정조와 같은 인물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희대의 요부로 그려지던 장희빈의 탈바꿈도 시선을 모은다. 장희빈은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2013)를 통해 자기주도적 여성으로 새롭게 그려졌다. 앞서 SBS ‘장희빈’(1995), MBC ‘동이’(2010)의 작품 속에서 미모와 치명적 매력으로 무장했지만, 악랄함을 지닌 캐릭터로 소구됐다. 장희빈으로 분한 이미숙, 전인화, 김혜수 등의 여배우들 역시 인물을 극적 카리스마로 소화하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이 외에도 KBS ‘서궁’(1995)으로 시작해 MBC ‘불의 여신 정이’(2013)의 광해군과 SBS ‘장희빈’(1995), MBC ‘동이’ 등 작품 속 숙종은 때때로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KBS ‘용의 눈물’(1996), KBS 2TV ‘정도전’(2014) 등의 이성계와 KBS ‘불멸의 이순신’(2005)의 충무공 이순신 역시 강렬하고 묵직하게 다가선 대표적 인물이다.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대 상황에 따라 새로운 시각을 전달할 수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이순신 같은 인물이 사극에 자주 등장한다. 과거 속에 박제된 인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의미와 시대정신을 담보한 캐릭터로 사극에서 재탄생될 때 성공과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