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 비상장사 중 모기업을 살찌운 효자 기업과 속을 썩인 불효자 기업은 어딜까.
효자와 불효자를 아는 건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정보다. 자회사 실적개선과 지분가치 상승이 모기업에 호재로 작용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에 속한 비상장사 375곳(2013년 12월 31일 기준) 중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비상장사는 24곳이었다.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회사 중 배당을 한 회사는 14곳으로 조사됐다. 즉 10개 기업은 상당 규모의 이익을 내고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탄탄한 실적과 배당으로 효자 노릇한 기업은 어디? = 영업이익 1000억원을 초과하는 비상장사는 삼성그룹이 5개사, 현대차그룹과 GS그룹 4개사, SK그룹 3개사, LG그룹과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2개사,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1개사였다.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초과한 기업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곳은 SK E&S로 105.20%를 기록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로 높을수록 배당금 지급비율이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특히 SK E&S는 지난해 남긴 수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SK E&S의 배당금 총액은 4490억원에 달했다. SK E&S는 지난해 9994억원의 매출과 41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4268억원을 기록하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 역할을 다했다.
SK E&S는 SK가 최대주주로 지분 94.13%를 갖고 있으며 SK C&C가 5.8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모회사인 SK 역시 자회사의 실적개선과 배당수익으로 92.1%의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중 현금배당을 실시한 440개사의 배당성향 평균은 21.09%였다. 이와 비교하면 SK는 상장사 평균의 4.5배에 달하는 배당성향을 기록한 것이다.
GS칼텍스가 93.64%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GS칼텍스는 3499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GS칼텍스는 합작투자법인으로 비상장사인 GS에너지가 최대주주로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GS에너지는 GS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GS칼텍스는 매출액 44조694억원을 기록하며 조사 대상 비상장사 중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8572억원, 당기순이익은 3596억원을 올렸다.
3위는 GS파워가 차지했다. GS파워는 82.87%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배당금 총액은 700억원이었다. GS파워 역시 GS에너지가 지분의 50%를 보유하고 있다. GS파워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837억원, 영업이익은 1174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844억원을 기록했다. GS도 자회사의 실적과 배당수익을 바탕으로 49.9%의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하며 상장사 평균을 2배 이상 훌쩍 뛰어넘었다.
그 뒤를 이어 현대캐피탈이 배당성향 46.84%를 기록하며 효자 기업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은 18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3조176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4341억원의 영업이익과 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금융이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내수 판매가 감소하며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탄탄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분의 56.47%를 갖고 있다. 모회사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10.1%를 기록하며 평균보다 낮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SK루브리컨츠가 45.10%의 배당성향을 기록하며 5위를 차지했다. SK루브리컨츠가 배당금으로 지급한 총액은 310억원이었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2조6631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1007억원의 영업이익과 6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GS에너지, 서브원, SK종합화학, 삼성토탈, LG 씨엔에스, 포스코건설, 호텔롯데, 삼성SDS가 차지했다.
◇영업손실로 모기업에 폐를 끼친 기업 = 반면 비상장사인 자회사가 모회사의 발목을 잡은 경우도 많았다. 30%에 달하는 비상장사들이 영업손실이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비상장사 수는 GS그룹 20개사, SK그룹 19개사, 롯데그룹 15개사, 포스코그룹과 LG그룹 12개사, 삼성그룹 11개사,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과 한진그룹이 8개사, 현대차그룹이 5개사였다.
가장 많은 영업손실을 기록한 비상장사는 SK건설이었다. SK건설은 원가율이 상승하고 공사가 지연되며 지난해 영업손실 490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4930억원에 달했다. SK건설은 SK가 40.02%, SK케미칼 25.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매출액 43조6130억원으로 GS칼텍스에 이어 2위를 올랐지만 영업손실 955억원, 당기순손실 1141억원을 기록하며 SK건설 뒤를 이었다. 정제마진 약세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때문이었다.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동반 실적하락으로 이어졌다.
3위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차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액 437억원, 영업손실 823억원, 당기순손실 782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바이오사업의 특성상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금, 연구개발 등 투자가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지스가 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지스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42.55%), 제일모직(42.55%), 삼성물산(9.85%)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지스 역시 본격적인 공급계약과 위탁생산 계약이 원활하지 않아 사업 진행 2년이 될 때까지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첫 매출이 나왔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 SK에너지에서 분할된 SK인천석유화학도 790억원의 영업손실과 5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지분 100%를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하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업계가 불황인 점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도 SK바이오팜, 현대라이프생명보험,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에너지 등이 모회사 실적에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