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분양가' 아파트, 주변 시세만 올려

입력 2006-08-10 08:06수정 2006-08-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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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최고 2배 가량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이른바 '배짱 분양가'아파트는 결국 주변 아파트값만 올려놓을 뿐 분양 당시 건설사가 강조한 집값 프리미엄은 전무했던 걸로 나타났다.

'배짱 분양가'는 사실상 분양 마케팅 전략의 한 축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 일반적으로 분양가는 주변 시세 중 최고가에 준해서 맞춰지는 게 업계의 관례다. 하지만 입지적 약점 등 물량의 질이 떨어짐에도 주변시세를 훨씬 웃도는 '배짱분양가'는 대량 미분양이 발생되더라도 입주 때까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분양을 한다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다는게 관련업계의 이야기다.

이에 따라 주로 자금력이 풍부해 초기 미분양을 견뎌낼 수 있는 업체가 시행하는 경우 '배짱 분양가' 물량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아파트는 분양가 책정 자체가 시장의 관심을 모으게 되는 만큼 홍보 효과도 겸할 수 있는 만큼 주로 초기 대량 미분양을 견딜 수 있는 자금력이 풍부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배짱 분양가 책정이 줄잇고 있다.

◇ 비인기지역 '배짱 분양가'아파트 마이너스 프리미엄 속출

하지만 분양 당시 이들 업체들의 홍보와는 달리 배짱분양가 아파트는 주변 시세만 끌어올릴 뿐 웃돈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현진종합건설이 지난 2003년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에 분양한 '새광명 현진에버빌'은 배짱 분양가 아파트의 '시조'격으로 꼽힌다. 당시 광명동 일대 아파트 매매가는 평당 600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 아파트는 무려 평당 100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해놓은 것.

이 단지의 입지여건이나 브랜드가치 등 모든 면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분양가는 고분양가를 넘어선 '배짱 분양가'라는 신조어를 탄생하게끔 했다. 새광명 현진에버빌은 예상대로 대량 미분양을 면치 못했지만 당시 평당 600만원이 안되던 주변 광명동, 철산동, 하안동 일대 시세를 평당 650만~700만원으로 까지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해 현재 입주 8개월 째를 맞은 이 아파트는 현재 전평형에 걸쳐 분양가보다 1000만원 가량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깡통아파트'로 전락해 있는 상태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새광명 현진에버빌 분양시 크게 오른 광명동 일대 아파트는 그 이후 현재까지 제자리 걸음을 하고있는 상태"라며 "이보다 1년 후 분양한 철산동 브라운스톤의 경우 입지여건에서 다소 낫다는 평을 받지만 오히려 평당 990만원 선으로 새광명 현진보다 분양가가 낮았다"고 말했다. 최근 입주한 철산동 이수브라운스톤도 전평형의 매매가는 분양가보다 15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2003년 이후 수도권에서 공격적인 분양을 하고 있는 대주건설도 배짱분양가 책정이 잦았다. 이 회사는 2003년 11월 경기 광주시 초월읍에 대주파크빌 434세대를 내놓으며, 당시 초월읍 신규아파트 시세보다 평당 200만원 가량 높은 평당 630만~700만원 선에 분양가를 책정했다. 하지만 초월읍 일대 아파트는 이같은 배짱분양가 물량에 힘입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입주를 시작한 대주파크빌은 전평형에 걸쳐 600만~1000만원 가량 분양가보다 낮은 시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대주건설은 회사의 '홈그라운드' 격인 광주광역시와 대전시 가양동, 서울 성동구, 그리고 천안시 성성동 등지에서 매 분양 마다 주변시세를 훨씬 웃도는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결국 주변 시세만 끌어올렸을 분 자사 분양물량의 매매가는 분양가를 밑돌았던 바 있다.

◇입으론 '분양시장 침체' 한편으론 배짱 분양가 책정

지난해말과 올초 분양했던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와 대전 유성구 도룡동 스마트시티 등도 주변 시세보다 두 배 가까운 분양가를 책정했던 배짱 분양가 단지. 이 두 단지의 경우 분양은 비교적 단기간에 마칠 수 있었지만 향후 프리미엄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최근 수도권에 공급된 용인시 공세동 대주피오레와 고양시 행신동 SK뷰 행신3차의 경우도 주변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배짱분양가 단지로 꼽힌다.

실제로 공세 대주피오레는 지난 7월 분양에 들어가며 평당 1300만원이 넘는 분양가를 책정하자 인근 보라-공세지구의 기존 아파트는 1500만~2000만원 씩 오르며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시세상승을 보였다.

반면 대주피오레는 38평형만이 간신히 3순위 청약에 성공했을 뿐 전체 공급물량 중 30%가량만 청약자를 찾은 참패를 기록했다. 또 모든 청약일정을 단 하루만에 끝낸 고양시 행신동 SK뷰3차의 경우도 청약접수창구는 한산했지만 최고 평당 149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해 주변 행신동과 식사동 일대 SK뷰 아파트의 매매가를 2000만원 가량 끌어올려줬다.

결국 이같은 배짱분양가 아파트는 시공사와 주변 아파트 소유자들에게만 유리했을 뿐 정작 청약자들에겐 별다른 재산 상승 가치를 안겨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예비청약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부동산써브 채훈식팀장은 "주택공급량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수도권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지역의 경우는 프리미엄이 거의 붙고 있지 않다"라며 "주택경기 침체를 이유로 정부에 분양시장 규제완화를 요청하면서 한편으론 배짱분양가를 책정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얌체같은 업계 관행은 사라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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