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흥•인천 계약 해지 대폭 늘어 교통망 확충•입지조건 개선 나서… 발품따라 내집마련 기회
서울에 거주하는 최모(37)씨는 최근 전세 만기가 다가오자 집을 살까 고민하다 결국 보증금을 더 올려주고 2년 더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6000만원 더 올려 달라고 요구해 주변에 매매로 나온 아파트들을 물색했지만 역세권인 데다 지은 지 10년 이내 아파트를 비롯해 입주하는 물량까지 시가가 7억원대를 넘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당장 고가의 아파트를 사기에는 부담스럽고 4억~5억원대로 나온 오래된 아파트를 사면 나중에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 봐 걱정이 앞서 앞으로 시장을 더 지켜보자는 의미에서 전세를 택했다.
전세가율이 70%에 육박하면서 최씨같이 내집 마련의 기회를 노리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는 장기 불황에다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세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전세가율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평균 68.8%로 2002년 4월(6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내집 마련의 기회를 노리는 수요자들에게 미분양 적체물량이 쌓인 지역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분양인 사업지는 분양가, 세제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고 주변 개발사업으로 인해 교통망도 갖춰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 지역이 경기도 김포와 시흥, 용인이다. 이들 지역은 현재 속도가 느리긴 해도 서서히 미분양 물량 해소가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면 미분양이 꾸준히 해소되고 있는 지역이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있음을 대변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분양 물량 많은 경기도로 눈을 돌려라 =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9026가구로 전월(4만5573가구) 대비 3453가구 증가했다고 앞서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이래 8개월 연속 감소 후 다시 증가한 것이다.
신규 등 증가분은 올해 4월 2558가구에서 5월 7919가구로 늘었다.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6162가구, 1757가구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 대비 585가구 증가한 2만908가구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늘어나 지난달 감소 후 다시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2370가구로 전월 대비 710가구 증가, 지방은 8538가구로 앞선 달보다 125가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경우 지난 4월(2만4292가구) 대비 4754가구 증가한 2만9046가구로 나타나 6개월 연속 감소한 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수도권에서 기존 미분양 감소세가 둔화됨과 동시에 김포·시흥 등 경기와 인천을 중심으로 신규 미분양과 계약 해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신규 등 증가분은 6162가구로 다시 서울 112가구, 인천 1772가구, 경기 4328가구(김포 2869가구·시흥 1088가구)로 나뉜다. 반면 기존 미분양 중 해소분은 1408가구였다. 지역별로 서울 56가구, 인천 212가구, 경기 1140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지방은 전월(2만1281가구) 대비 1301호 감소한 1만9980가구로 나타나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 혁신도시로 지정된 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이 잘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물량도 함께 소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수도권의 경우 김포와 용인 등에 위치한 사업지는 전철역 개통 등 교통망 확충을 통해, 시흥은 인천시와의 접근성 등 입지조건을 내세워 미분양 해결에 나서고 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수도권에서는 기존 미분양 물량이 집중된 지역에서 서서히 소진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미분양 소진을 위한 혜택, 입지조건을 잘 고려한다면 전세난으로 지친 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미분양 신중히… 시세 떨어진 물량 찾아라 = 서울에서 미분양 물량에 대한 접근은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대부분 지역이 역세권이라 미분양이 생긴다는 것은 분양가격이 높거나 입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최근 전세가율 70%를 넘는 아파트가 급격히 늘었다. 부동산써브가 이달 첫째 주 시세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118만5436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세가율 70%를 넘는 가구는 모두 39만708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2만2221가구)보다 37만4867가구 증가한 것으로 2년 사이 18배 가깝게 급증한 것이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2012년 63가구에서 올해 3만5546가구로 가장 많이 늘었고 성북구가 2088가구에서 3만5094가구로 증가해 뒤를 이었다. 또 구로구, 동작구, 강서구, 성동구, 송파구 등에서도 전세가율 70% 이상 아파트가 2년 전보다 2만 가구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세가율이 급격히 상승했지만 서울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각종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수요자가 내집 마련을 하게 되면 해당 집의 가격이 떨어져서는 안 되지만 미분양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 경우 분양가가 애초 높게 책정됐거나 교통 및 학군, 편의시설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경우로 나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에서는 미분양보다 기존 입주완료 물량 중 역세권이면서 시세가 떨어진 물량에 대해 발품을 팔아 거주지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집값이 비싼 서울보다 경기권으로 눈을 돌릴 때에도 주변 시세를 잘 파악해 비싸지 않으면서 지하철 이용이 편리하거나 향후 새로 개통되는 역이 들어서는 역세권 단지를 골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