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흥행 동부발전당진’산은은 왜 무리하게 패키지 딜 하려했을까?

입력 2014-07-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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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제대로 읽지 못한 관치금융, 업계 비판 커

동부발전당진의 매각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채권단이 KDB산업은행이 당초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묶어 패키지 딜을 하려다 실패한 것을 두고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관치금융’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마감한 동부발전당진의 인수의향서(LOI) 제출에는 국내 대기업 6곳이 참여했다. SK가스, 대림산업, GS EPS, 대우건설, 삼탄과 회사 이름이 밝히지 않은 1곳 등이다.

국내 대기업이 동부발전당진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화력발전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장기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당분간 민간 화력발전사업권의 허가는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화력발전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동부발전당진은 인수 즉시 발전소 착공이 들어갈 수 있어 2018년부터 전력 상업 생산을 할 수 있다.

동부그룹은 당초 산은이 3월 말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 매각하려 했을 때 이에 반대했다. 그룹에서는 동부발전당진은 내놓기만 하면 팔리는 알짜 매물로 평가했다. 또 동부인천스틸의 경우 중국 철강사에 관심을 보여왔다. 당연히 각각의 자산을 경쟁입찰을 통해 개별 매각하는 것이 동부그룹에게는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산은은 동부그룹 경쟁입찰 요구를 거절했다. 이후 포스코에 두 매물을 수의계약 형태로 인수 제안했다. 그러고는 3개월 동안 포스코만 바라봤다. 포스코가 실사를 벌이는 동안 산은은 “관심이 없다면 수 억원이 드는 실사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비교적 상황을 낙관했다.

결국 포스코는 지난달 말 동부 패키지 자산의 인수를 포기했다.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을 체결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동부발전당진이 애초부터 개별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면 이미 매각됐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양파워의 매각이 시작된 것은 지난 4월 초였다. 여러 기업이 참여한 동양파워의 인수전은 포스코에너지가 6월 초 승기를 잡았다. 다른 회사보다 1000억원 이상 많은 4311억원의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매각 시작 이후 2개월 만에 최종 인수까지 마무리된 속전속결 인수·합병(M&A)이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말에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전 세계에서 여러 석탄발전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라며 “포스코가 관련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인수 금액을) 좀 질렀다”고 밝혔다.

동부발전당진 역시 연초부터 시장에 나왔다면 대기업의 경쟁입찰을 통해 몸값을 크게 올렸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에 매각이 진행되는 동부건설이 보유한 동부발전당진 지분 60%도 4000억원 이상에 매각될 것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포스코가 동부 패키지 자산의 인수 여부의 최종 결정을 차일피일 미룬 탓에 동부발전당진의 지분 가치가 한 때 2000억원까지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대조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동부발전당진이 조기에 매각됐다면 동부그룹의 유동성 상황은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며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권단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만약 포스코가 저가에 동부 패키지 자산을 인수했다면 이후에는 ‘포스코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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