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톡톡] 이통3사 CEO를 고발 못한 이유

입력 2014-07-10 10:32수정 2014-07-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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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이동통신사의 불법보조금 판매와 관련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68개 대리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했습니다.

정부가 하지 말라는 불법보조금을 살포했으니 처벌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단말기를 판매하고 가입시킨 대리점은 형사고발 대상이 되었는데, 정작 ‘몸통’인 이통사 본사와 이를 최종 결재한 CEO들은 모두 명단에 없습니다. 보조금은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함께 제공하는 것인데도 이를 받아 판매한, 어찌보면 '깃털'에 불과한 판매점만 처벌을 받는 ‘억울한’ 일이 생긴겁니다.

최근까지도 미래부에서는 불법보조금과 관련한 고발이 있을 경우 이통사 CEO도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습니다.

지난 3월 6일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직접 이통사 CEO들을 불러 불법보조금을 뿌리면 형사고발하겠다는 내용까지 전달할 정도로 의지도 강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 고발에 CEO들이 쏙 빠져있을까요?

미래부는 형사고발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입증자료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불법보조금과 이통사 본사, 그리고 CEO와의 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만한 근거가 구체적이기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미래부 관계자는 “형사고발의 경우 명확하지 않을 경우 자칫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판매점 고발에서 이통사를 제외했다“고 해명합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주무부처 장관까지 나서면서 수차례 이통사 CEO를 처벌하겠다는 말은 결국 이번 건으로 ‘공수표’가 됐습니다. 원칙을 강조하던 박근혜정부의 핵심 부처 장관의 말조차도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신뢰가 일순간에 깨어진 셈입니다.

그런데 더 이해가 안되는점은 미래부 공무원들이 걱정하는 무고죄의 경우 그리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법조인들은 정황과 연관성이 있을 경우 형사고발로 중앙정부가 무고죄로 처벌받은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고발당한 대리점들도 하나같이 본사에서 불법보조금을 살포했다거나, 공짜로 판매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을 내놓고 있는데도, 미래부는 본사와 대리점들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고 할 뿐입니다.

미래부는 수사권이 있는 사법기관이 아닌데도 스스로를 사법권을 가진 조직으로 잘못알고 있는 듯합니다. 미래부가 고발하면 그와 관련된 수사는 검찰이 알아서 처리하면 되는 일 인데도 말입니다.

더욱이 의심을 사는 것은 미래부 공무원들이 산하기관 등으로 가는 관피아보다, 이통사로 자리를 옮긴 공무원들이 이번 CEO 고발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나선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실제 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미래부 등을 거친 공무원들 일부가 이통사 임원을 거치거나, 아직도 임원자리에 있습니다.

불법보조금에서도 이통사가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 형사고발에서도 소규모 대리점만이 고발당하는 이유가 설마 뿌리깊은 관피아 때문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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