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뒷담화] 현대자동차 캡티브와 부당지원의 경계

입력 2014-07-0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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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4조6000억원 규모의 ‘카드복합할부금융상품(이하 카드복합상품)’ 시장을 놓고 여신업계가 뜨거운 논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현대ㆍ기아차 등 자동차업계와 현대캐피탈은 카드사의 개입으로 불필요한 수수료가 나간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현대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과 중소캐피탈사들은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품이 왜 나오게 됐는지 부터 먼저 살펴봐야겠습니다. 국내 할부금융 시장은 자동차 할부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발단은 현대캐피탈이 현대ㆍ기아차 할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데 있습니다. 중소 캐피털업체들은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를 외치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할부시장은 현대캐피탈이 현대ㆍ기아차와 특수관계를 이용해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흔히 ‘캡티브 마켓(전속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캡티브 마켓이란 기업내의 자체 수요에 의해 형성되는 계열사 간 내부시장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캡티브와 계열사 부당지원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자동차 제조사는 구매 고객에게 필요한 할부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금융계열사 형태로 캡티브 마켓 설립이 가능합니다.

캡티브의 정의를 보면 일반적인 경우는 캡티브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모회사의 판매를 돕고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가격(금리)을 낮춰주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 캡티브 구조가 성립되려면 모기업이 계열사를 100% 소유해야 하고 완전한 동일체여야 합니다. 캡티브를 통해서 얻는 이익의 주체가 모회사 자체면 부당지원이 아닐 테지만 이익의 주체가 다르다면 부당지원에 해당할 것입니다.

현대차 캡티브 관계에서는 누가 이익을 보고 있을까요? 현대캐피탈이 올해 1분기 3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을 보면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현대차가 현대캐피탈을 100% 소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상한 캡티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금융당국은 처음에는 카드복합상품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현재는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몫이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현대차의 주장대로 라면 카드 가맹점 수수료로 인해 올라간 비용을 카드를 안 쓴 사람들이 부담하는 구조인데,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또 신용카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거래 비용이 얼마나 큰 지 인식하게 되는 계기도 됐습니다. 카드복합상품에서 발생하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2%)는 사람들이 소액결제 땐 관심이 없다가 차 값이 2000만원이 넘자 40만원이라는 수수료에 “이거 장난아니네”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이 싸움이 할부와 카드의 싸움이라고 한다면, 한 사람의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이 문제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캐피탈이 충분히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소비자들이 카드복합상품을 선택하지 않게 끔 하려면 그만큼 유리한 금리를 제시하면 됩니다. 할부금리 구조를 조정해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면 사람들이 카드복합상품을 선택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현재도 카드복합상품보다 자사 할부금리가 더 낮다고 말하지만 그렇다면 판매사원이 소비자에게 금리가 불리한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어서 이 또한 문제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당장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주고 사람들이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낮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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