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관피아 척결’... 금융권 관료 출신, 연임하거나 자리만 옮겨

입력 2014-06-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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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관피아 척결 의지가 커지는 가운데 공직 출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감사들이 너나없이 임기가 연장되거나 다른 금융사로 옮겨 앉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외환은행, 대구은행, 한국거래소, 삼성카드는 올해 3~4월 김용우·신언성·정창모·김성배·정태문 감사가 연임하거나 임기가 연장됐다.

오는 24일 3년 임기가 만료되는 김병기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은 연임이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오는 7월에 3년 임기가 만료되는 윤영일 기업은행 감사도 임기 연장이 확실시된다.

광주은행에서는 2007~2008년 감사를 지내고 신협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대표로 옮겼던 한복환 감사가 올해 3월 다시 감사로 복귀했다.

김용우·신언성·정태문·윤영일 감사는 감사원 출신, 정창모·한복환 감사는 금융감독원 출신, 김병기 사장과 김성배 감사는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공직자 낙하산을 일컫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기관들이 꺼려하면서 새로운 낙하산은 오지 않지만 기존 관피아들의 임기가 늘어나거나 재임되는 기형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반사 효과로 금감원 출신 감사의 임기가 대거 연장돼 이번에도 이 같은 현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용수 코리안리 감사, 나명현 현대해상 감사, 남인 전 신한카드 감사는 2009년 나란히 금감원을 나와 2012년 각각 연임에 성공, 5~6년씩 감사 자리를 유지했다.

박병명 LIG손해보험 감사는 최 감사, 나 감사, 남 전 감사와 함께 2009년 금감원을 나와 전북은행 감사를 맡고, 2012년 LIG손해보험으로 옮겨 또 감사 자리에 앉았다.

이성조 한화손해보험 감사는 지난해 연임에 성공, 2010년부터 내년까지 6년간 감사를 맡게됐다. 노승방 전 메리츠화재 감사는 2010년부터 3년간 감사로 지내고 지난해 메리츠화재 감사위원회 총괄이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내부통제에서 감사의 역할은 필수적인데, 금융당국 출신의 감사는 당국 내부적으로 인사적체 해소 기능도 있으나 금융사가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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