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신용도 장사하는 신평사 -조승예 자본시장부 기자

입력 2014-06-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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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는 등 제대로 일하는 것처럼 보였던 신용평가사가 뒤로는 ‘등급장사’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1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 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했다.

포스코 신용등급이 내려가면서 금융과 공기업을 제외하고 회사채 AAA등급인 기업은 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 KT 등 3곳으로 줄었다.

포스코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평사들의 엄격한 잣대가 확인됐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우량등급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확산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기업들을 불안에 빠뜨렸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회사채 등의 발행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져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신평사의 엄격한 잣대는 일주일 만에 신뢰를 잃었다.

국내 3대 신평사들이 기업들을 상대로 신용등급을 뻥튀기 해온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 일부 임직원들은 평가 대상 기업에 “좋은 등급을 줄 테니 업무를 맡겨달라”며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신평사가 신용등급을 미리 알려주면 기업들은 가장 높은 등급을 제시한 신평사에 일을 맡겼다.

신평사들은 “과거에는 신용등급 조작이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많지 않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본인들의 과거를 직접 털어놓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신평사의 평가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글로벌 신평사들은 위험자산 등에 일부러 높은 신용등급을 매긴 혐의로 각종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국내 신평사들이 신뢰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맞이하게 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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