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업체·PC 직접제조사 측 엇갈린 입장… 중기청, 상생방안 마련 요청
국내 PC제조업계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제도’를 두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업체들은 자신들이 납품하는 대기업들의 조달비율 상향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완제품 제조사들은 중소기업 상생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정부조달컴퓨터협회 등에 PC제조업계 대ㆍ중소 상생방안을 마련토록 요청했다. 지난해부터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PC를 두고 대기업 OEM업체들과 완제품 제조업체들이 대기업 참여비율을 두고 마찰을 빚자 중재에 나선 것이다.
중기간 경쟁제품이란 중기청장이 공공부문에서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중소기업 참여를 늘리기 위해 지정한 품목이다. 지난해 데스크톱 PC를 비롯해 총 202개 품목이 선정됐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PC제조 대기업들은 올해 정부 조달물량 공급 비중이 25%로 제한됐다.
삼보, 현주 등 PC를 제조해 직접 판매하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은 환영할 일이었지만, 대기업 OEM업체들의 입장은 달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OEM PC를 공급하는 업체들인만큼, 대기업들의 전체 물량이 줄어들면 이들 역시 수익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는 주장도 나올 정도로 OEM업체들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이에 이들 OEM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는 지난 3월 중기청에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확대를 반대하는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OEM업체들의 움직임에 PC제조 중소기업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PC부품중소기업연합회 한주연 회장은 “최근 일부 대기업과 대기업 OEM업체 몇 곳에서 PC품목의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이 중소기업들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체 중소기업의 상생 발전 방향에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대기업의 PC국내 출하량은 조달시장의 3배 이상에 달하는 126만대로, 기본적인 물량 차이가 극명함에도 존폐위기를 논하는 것은 연합회 중소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PC품목의 지난해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으로 국내 PC제조 중소기업들의 매출도 증가 추세다.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중소기업 PC를 구매한 금액은 총 1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늘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OEM업체들의 애로사항을 알고는 있지만, 이미 다양한 의견을 수렴ㆍ공청해 법에 의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3년에 한 번씩 경쟁제품을 지정하게 돼 있는만큼, 상생방안으로 업계 불만을 해소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