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인생의 격을 고민한다면?

입력 2014-06-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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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조 ‘격과 치’

“인생의 격(格)을 높이고 현자의 치(治)를 터득하다.” 평생을 통해 추구해야 할 일이지만 우선 한 권의 책으로 입문해 보자.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왕성하게 활동하였던 저자 민경조씨는 오랫동안 동양 고전을 가까이 해 온 분이다. 특히 고전에 대한 탁월한 안목으로 신문에 3년간 ‘CEO 고사성어’를 연재하며 필명을 날리기도 했다.

이 책은 <논어>, <맹자>, <한비자>, <사기> 등과 같은 대표적 고전에서 찾을 수 있는 지혜의 말씀을 뽑아 간단하게 해설을 더한 책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 탓에 짧은 해설이 지혜를 더해주는 책이다. 날마다 성장하는 삶,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 이끌어가는 힘처럼 등 3부로 구성된 저서에는 모두 88개의 주옥같은 명문장들이 소개돼 있다. 작은 분량 때문에 “무슨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시작한 책읽기이지만 금방 몰입할 수 있다.

<논어> 옹야편에 공자가 한 말이 소개돼 있다. “고(모가 난 술잔)에 고(모)가 없으면 그것이 고라 할 수 있겠느냐?” 원래 고는 옛날 중국에서 예식용으로 사용되던 모가 난 청동제 술잔이다. 당연히 모가 나 있어야 할 술잔에 모가 나 있지 않는데 어떻게 술잔이라 부르겠는가라는 말이다. 전국시대를 살았던 장자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임금이 임금의 도를 잃으면 임금이 아니고, 신하가 신하의 직을 잃으면 신하의 자리가 빈다.” 인생의 모든 국면에서 우리는 자신이 맡아야 할 역할을 갖고 있다. 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아들이 아들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도자가 지도자의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불안과 혼란이 생겨나게 된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도 그렇지 않은가.

당나라 풍도(馮道)의 설시(舌詩)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입은 재앙의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다물고 혀를 깊숙이 감추면 어디에 살든 몸이 편하리라.” 우리 사회에는 자주 터져 나오는 것이 유명인사들의 설화 사건이다. 늘 앞뒤를 가려서 신중하게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은 중요하다. 풍도의 경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에 새겨야 할 교훈이다.

사람은 누구나 편안함을 추구하지만, 불편함을 감내해야 할 때가 오면 그 또한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논어>의 자한 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계절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게 되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남긴 것으로도 유명한 문장이다. 어려움이 닥치면 옥석이 가려지게 된다. 이익과 유익함의 친구는 다 떠나가고 진짜 친구가 남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허황된 것들이 다 떨어져 나오고 인생의 진수와 만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날은 좋은 날대로 그리고 어려운 날은 어려운 날대로 다 의미가 있다.

<채근담>은 현대인의 수양서로도 큰 가치를 지닌 책이다. 그 책에는 <장자>의 즉양편에 나오는 말씀이 소개돼 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두 왕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부싯돌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투니 그 세월이 얼마나 길겠는가?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루다니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훗날 백거이는 이 문장을 두고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 때문에 싸우는가? 부싯돌 번쩍이는 불빛 속에 이 몸을 맡긴 인생인데, 부유하든 가난하든 이 모두 기쁨이고 즐거움이 아닌가?”라고 노래한 적이 있다. 욕심이 눈을 가릴 때 새길 문장이다. 현장의 경험담과 고전의 명문장이 제대로 조화를 이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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