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협력 통해 전기차 진입장벽 낮춰
일본 닛산이 2009년 8월 세계 최초의 전기차 ‘리프’를 공개했을 당시 닛산은 2016년까지 15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결과는 참담했다. 리프는 2011년까지 전 세계에서 1만대를 밑도는 판매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에 전기차의 장래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계기였다.
그러나 상황은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전기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9만5000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111.1% 성장했다.
미국 전기차 전문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2만30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만6224.6% 판매 증가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BMW도 소형 전기차 ‘i3’를 지난해 유럽에 출시해 1만1000대를 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완성차업체도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 초 ‘쏘울 전기차’를 출시해 시장 진입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보다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전기차 전용 모델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도 각각 ‘스파크 전기차’와 ‘SM3 Z.E.’을 생산하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쌍용차도 내년 출시되는 ‘X100(프로젝트명)’에 전기차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지난해 환경부 보조금을 통해 판매된 전기차는 780대지만 올해는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업체와 화학업체는 이제 전기차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와 포드는 지난 4일 차세대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LG화학이 르노그룹과 배터리 개발 협력을 시작했다.
최근 자동차업체와 화학업체의 일대일 협력이 아닌 일대 다(多)의 협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포드는 LG화학의 고객이었으나 삼성SDI와 손을 잡으며 업무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업계와 화학업계의 합종연횡이 늘어나는 것은 지금이 전기차 시장의 변곡점이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주행거리를 늘리고, 배터리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대 일 협력보다는 일대 다 협력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는 얘기다.
신장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는 배터리 등 다양한 부품이 들어가 자동차업체만의 기술로는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자동차업체와 배터리업체의 협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특히 최근에는 시장성을 갖춘 2세대 전기차가 본격 출시되고 있어 이를 대비하기 위한 업체들 간의 협력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