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전산 교체 갈등 30일 이사회 봉합할까

입력 2014-05-27 10:21수정 2014-05-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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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 구성 놓고 사실상 실력 행사 들어가

“누군가 한 명은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파워게임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는 KB금융그룹이 이사회와 긴급 면담 등을 연거푸 열면서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임 회장 측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이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자 양측이 사실상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행장 입장에선 오는 30일로 예정된 이사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건이 상정될 경우 또다시 ‘이사회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한쪽은 치명상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대목이다.

◇ 진상조사위 구성 놓고 갑론을박 =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한 갈등이 일주일째 접어들자 이번에는 사태 확산 과정을 명확히 하자는 진상조사위 구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외이사들은 지난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진상조사위 구성을 제안했지만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한 이 행장 측에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외이사들이 정 감사가 자체 조사한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금감원에 특검을 요청한 것을 두고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에 이 행장 측은 사외이사들이 감사보고서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진상조사위를 통해 다시 조사하자고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또한 이 과정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앞서 특검을 진행 중인 금감원은 이사회의 진상조사위 설치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명했다. 금융당국의 특검 자체를 불신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자칫 KB금융그룹 내부 사태가 금융당국으로 확대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긴급하게 이뤄진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면담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26일 면담은 임 회장이 제안한 것으로 임 회장이 “사외이사들과 협의해 하루빨리 수습하라”고 말하자 이 행장이 “알겠다”고 답하는 등 원론적인 말만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이사회, 내홍 정점 찍는다= 금융권은 이번 갈등의 파급력은 상당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이 충돌하면서 은행 부문 포지션이 절대적인 지배구조상 사실상 별들의 파워게임이라는 것이다. 이에 KB금융의 고질적 병폐인 파벌이 이 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내분사태는 30일 열릴 이사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어느 한쪽이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어서 봉합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중론이다.

임 회장이 경영진의 지도력에 대한 의심까지 나온 상황을 감안해 이 행장에게 “내분사태 30일까지 해결하라”고 주문했지만, 이 행장은 은행장직을 걸고서라도 그냥 덮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에는 변함없다. 시시비비를 가려 금감원의 결과에 따라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진상조사위 설치 못지않게 오는 29일 오후 3시까지 연장된 전산시스템 입찰 또한 이날 이사회의 핵심 변수다. 현재 SK C&C 한 곳만 참여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았지만 추가 입찰자가 나올 경우 사외이사 뜻대로 전산시스템이 유닉스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 행장 입장에선 지난달 24일 이사회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다시 꺼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과에 따라서 이번 갈등이 법정다툼으로 비화되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이미 칼을 뽑은 금감원도 내분 사태를 봉합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대충 무마하기는 어려워졌다. 부당행위가 밝혀질 경우 어느 한쪽의 피해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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