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인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경질되듯 사퇴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둘은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타 역할을 해 온 핵심 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둘을 경질하지 않고는 세월호 국면을 수습할 수 없었다고 대통령이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남 전 원장의 경우 어느 정도 경질이 예상됐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불거진 국정원 댓글 사건과 지난 2월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정적 한 방은 세월호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고위관계자는 “국정원이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오판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여론 동향 분석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야당 반발 잠재우기’ 차원에서 경질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대개조’의 핵심으로 내세운 관료사회 적폐 해소와 정부시스템 개편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입법부인 국회의 협조가 불가피한데, 이를 위해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보고서 누락’ 실책과 “국가안보실이 세월호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실언으로 경질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사고 직후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에 구두로 상황을 보고했으나, 정작 서면보고는 혼선을 빚어 박 대통령의 손에 쥐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대통령 부속실을 통해 서면보고서를 전달했으나 실제 부속실에는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박 대통령이 진노했다는 후문이다.
또 이른바 ‘컨트롤타워’ 발언으로 비난 여론이 커진 것도 김 전 실장의 사퇴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김 전 실장 자신도 괴로움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후임 국정원장과 국가안보실장 인선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내주 초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두 자리는 국무위원과 달리 청와대 수석비서관처럼 사실상 ‘참모’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외부수혈보다는 가급적 참모그룹 인재풀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정원장 후보로 안전기획부 2차장을 지낸 이병기 주일대사와 공안통인 황교안 법무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낸 김성호 전 국정원장 등이 거론된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김숙 주유엔 대사와 국정원 1차장 출신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등도 하마평에 올라 있다. 정치권에선 국정원 2차장 출신의 김성회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국가안보실장에는 윤병세 외교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한민구 전 합참의장 등이 후보 물망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