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80% 깎아주는 기업 R&D용 물품 대폭 정비…FTA에 국고 부담 는다

입력 2014-05-2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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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관세를 80% 깎아주고 있는 산업기술 연구개발(R&D)용 수입물품 대상을 현행 220개에서 133개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무관세가 적용돼 관세감면 혜택의 효과가 사라진 품목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FTA가 교역 증가에 도움이 됐지만 국고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셈이다.

23일 기획재정부는 관세가 감면되는 산업기술 연구개발용 물품을 133개 품목으로 조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최근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현재 운용 중인 220개 품목 중 열진동 복합시험기, 반도체 소자측정기 등 30개 품목을 신규로 추가하고 열진동 복합시험기, 반도체 소자측정기 등 117개 품목을 제외했다.

기재부는 지난 1989년 산업연구용품감면제도가 신설된 이래 매년 기업 연구소 및 연구전담 부서의 수요 조사를 통해 일부 산업기술 연구개발 수입물품의 관세를 최대 80%까지 감면해주고 있다. 기업부설연구소 등을 운영하는 기업의 R&D활동을 효율적이고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실익이 낮은 품목을 감면대상에서 제외하고 새로운 수요를 반영한다는 취지에서다.

R&D용 감면대상 물품은 지난 2009년 253개, 2010년 257개, 2011년 277개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오다가 2012년 261개→2013년 220개→2014년 133개 등으로 감소 추세를 그려왔다. 이는 최근 몇년간 세수 부족이 심화되면서 정부가 세입확보를 위한 비과세ㆍ감면 정비에 속도를 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FTA 확대 등으로 관세 감면 지정의 실효성이 줄어든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다. FTA 체결국의 수입물품 대부분에 관세를 물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감면대상 물품 수는 한ㆍ미 FTA가 발효된 2012년부터 줄기 시작해 올해의 경우 2년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통 기업 R&D용 물품은 미국에서 많이 수입하고 있어 한ㆍ미 FTA로 무관세 혜택을 받는 물품을 수입하는 업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감면 대상을 대폭 감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관세감면 금액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산업기술연구용 물품 관세감면 실적은 지난 2011년 284억원에서 2012년 200억원으로 30%(84억원) 가까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216억원으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200억원대에 머물렀다. FTA가 관세감면 실적 감소에 결정적인 원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경기에 민감한 ‘관세’가 제대로 안 걷힐 경우 세수 부족 경고음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각국과의 FTA 확대로 관세율이 낮아진데다 최근 환율하락과 내수 위축에 따른 수입 증가까지 겹치면서 지난 1분기 관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2조원)에 비해 3000억원 줄어든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관세 수입 진도율(15.7%)도 작년 결산(19.3%) 대비 3.6%포인트나 하락했다. FTA 체결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입물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지만, 세수의 기본이 되는 관세수입 실적 부진을 초래해 결국 나라 곳간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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