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안대희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정홍원 총리의 후임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정하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도 전격 수리했다. 이로써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 대통령의 쇄신 의지를 어느 정도 보여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대로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개조를 추진하기위해 오늘 새 국무총리를 내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안 내정자는 대법관과 서울고검장, 대검 중수부장을 역임하면서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등을 통해 소신을 보여줬다"며 " 따라서 앞으로 공직사회와 정부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앞으로 내각 개편은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도 전격 수리했으며 후임 인사는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민 대변인은 밝혔다.
민 대변인은 "앞서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는 현재 세월호 사고 수습이 진행되고 있고, 국정의 공백도 없도록 하기 위해 신임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신임 총리 발표와 남재준 국정원장 사표 수리는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이후 예견된 것이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리 인선과 후속 개각은 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실무방문에서 돌아온 뒤에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에 이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내각 총사퇴 요구는 진작부터 있어왔다. 특히 지난달 16일 진도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가 결정적이었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내각 총사퇴설까지 제기될 정도로 부실했던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은 극에 달했다.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재난 콘트롤 타워 없이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면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갈수록 거세졌다.
결국 정홍원 총리가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에서 자진 사퇴 카드를 꺼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쏠려 국정운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 것도 부담이 됐다.
정홍원 총리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아픔과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서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는 생각이었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국정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법은 아랑곳없이 무리수를 둔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이 간첩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상 초유의 증거를 조작하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검찰은 남재준 국정원장 등 국정원 수뇌부를 처벌하지 않고 중간 간부급 직원만 최종 사법처리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박 대통령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취임 후 네 번째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여론의 남재준 원장에 대한 해임 건의 등 국정원의 대대적 개혁 요구안은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과 함께 파묻혀버렸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나 우리사회의 총체적 부실로 국정원도 국가개조론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22일 박 대통령은 안대희 전 대법관을 새 총리에 내정하면서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