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금융사 유닉스로 전환…KB금융 사외이사 5년만에 IBM서 변경
KB금융지주 지도부 갈등이 전산시스템 교체의 득실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주전산서버인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서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각종 의혹들이 불거져 금융감독원까지 개입하게 되는 등 KB금융 내분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KB금융 내홍의 원인이 2000억원 규모의 전산시스템 교체에 있는 만큼 유닉스 시스템의 위험 요인 누락 여부와 비용 대비 효율성 문제, 리베이트 존재 여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 역시 전산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서 고액의 리베이트가 오가는 관행이 있는 만큼 내부 인사들의 이권개입 여부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보이지 않는 손’ 있나 = 통상 금융권 전산시스템 전환 프로젝트에는 수천억원의 비용이 지출된다. 이번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전산시스템 교체 비용도 2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사업에 대한 경영 판단은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추진된다.
이처럼 시장의 규모만큼 이를 선점하려는 IT회사들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현재 국내 금융IT시장은 한국IBM과 HP, 오라클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수년간 독점하고 있는 구조다. 이미 오래전에 보이지 않는 로비장으로 전락했다는 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IT업체 관계자는 “이번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간의 전산교체에 따른 진실 공방처럼 과거에도 심심치 않게 이런 갈등이 표출되고 있었다”며 “이번에도 지키려는 IBM측과 빼앗으려는 유닉스 진영의 갈등이 사업 결정권자인 KB금융 경영진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산전환 프로젝트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자금이 유입되면서 인건비나 소프트웨어, 장비 등의 가격이 허위로 작성될 수 있는 불합리한 구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IT 시장에 음성적인 로비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상이 지주, 은행 관계자 또는 사외이사 등 어느 한쪽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전산시스템 교체 배경에 ‘보이지 않는 손’이 드러날 경우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한쪽은 치명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5년 만에 입장 바꾼 KB금융 사외이사 = 이번 전산시스템 교체의 가장 큰 표면적인 이유는 ‘효율성’이다. 임 회장과 국민은행 사외이사 등 이사진은 “유닉스의 공급사는 IBM·오라클·HP 등 세 곳인 탓에 경쟁 체제가 성립돼 IBM의 메인프레임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유닉스 체제로 교체하는 게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데 무리하게 교체를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맞서고 있다.
실제 금융권은 가격 대비 효율성을 따져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대부문의 금융회사들이 유닉스 체제 기반을 운영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지난 2003년 시중은행 처음으로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을 시작해 2010년 이후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전환을 결정하고 현재 서버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KB금융의 사례를 보듯 시스템 전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금감원은 지난 2009년 12월 KB금융지주의 일부 사외이사들이 차세대 전산시스템 기종 선정과정에서 부적절하게 권한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추진한 적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컨설팅업체가 추천한 유닉스 기종 대신 IBM 기종이 최종 선정되면서 이 과정에서 일부 사외이사가 IBM 기기를 선정하고 외압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최근 유닉스 서버 전환에 찬성하는 상황과 정반대되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KB금융의 내홍이 단순한 비용 문제뿐 아니라 이사진의 권력행사 등 그동안 축적됐던 문제에 대한 정보가 일부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9일부터 시작한 특별검사에 이어 이르면 다음 달 대규모 검사인력을 투입해 국민은행 전체에 대한 경영 진단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이 특정 금융사 전체에 대해 정밀 점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