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지창욱, “손현주의 한 마디가 내 연기 인생의 원동력” [스타 인터뷰]

입력 2014-05-19 16:59수정 2014-05-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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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의 타환을 떠올렸는데, 정반대다. 15일 오후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창욱은 진중했고, 단정했고, 신중했다. 인기리에 종영한 ‘기황후’의 시청률을 언급해도 겸손함을 내비치고, 부담스러울법한 군입대 질문에도 웃으며 “가야죠”라고 대답하는 넉넉함을 보였다.

그의 진지한 태도는 ‘기황후’ 제작발표회에서 이미 드러났다. 그는 자신에게 ‘역사 왜곡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를 수없이 되물었다고 회고했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기황후’ 제작발표회에서 지창욱은 당시 곤란한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게 된다면 공인으로서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뼈아픈 질문에 “솔직히 할 말 없다. 정말 죄송하다”고 솔직하게 답한 지창욱은 “하지만 ‘기황후’는 기획부터가 기황후라는 인물의 모티브만 따온 픽션이다. 기황후를 둘러싼 두 남자, 세 명의 사랑이야기로 기획이 된 픽션이기 때문에, 드라마로서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차분히 설명했다. 그는 역사 왜곡을 부정할 수도 없고, 책임을 묻는 질문에 변명을 하기도 싫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역할에만 오롯이 집중하고자 했다. 어떻게 하면 역사 속 인물이 아닌 드라마 속 타환을 더 매력있게, 흥미롭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창욱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탄생하는 캐릭터는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인물을 다르게 표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나름의 캐릭터 분석 기준을 제시했다.

먼저 타환이라는 캐릭터에서 기존의 황제 이미지를 벅벅 지워냈다. 위엄있고, 근엄하고, 점잖은 황제의 이미지를 없애고, 평소 갖고 있던 나약한 황제에 대한 이미지조차 버렸다. 안 해본 것들을 많이 시도했다는 지창욱은 “타환이를 연기하면서 촐싹도 거려보고, 용상에 앉아 다리도 꽈 봤다. 발성도 바꿨다. 승냥과 투닥거릴 때는 아이처럼 얘기했다”면서 “극을 벗어나는 해석은 안 했지만, 일종의 일탈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매일 버스만 타고 출근을 하다 지하철을 탄 기분이랄까?”라고 비유했다.

연기와 캐릭터 분석 얘기에서 그의 눈빛은 무거워졌다. 연기자로서 지치지 않게 돕는 원동력이 있냐고 묻자 그는 차분히 단어를 골라내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책임감과 사명감인 것 같다”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책임감이 연기에 대한 욕심에 앞선다는 것은 20대 남자 배우의 입을 통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 ‘솔약국집 아들들’ 때도 백일섭, 변희봉, 김용건 선생님과 손현주, 이필모, 한상진, 조진웅 선배님들과 함께 촬영했고”라며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에 함께 출연했던 선배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어댔다. 그는 선배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손현주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한 번은 손현주 형과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형이 ‘창욱아, 네 역할에 사명을 갖고 끝까지 책임져’라는 말이 가슴에 쿵 와 닿았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의미도 잘 몰랐는데, 연기를 하면서 진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 말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기황후’ 촬영 일정이 타이트하게 진행되면서 너무 지쳐 현실과 타협하고 싶은 유혹이 잦았다. 너무 졸려서 대본 한 번 더 보는 걸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는 마음을 고쳤다. 손현주의 한 마디는 알게 모르게 그의 연기 인생에 큰 나침표로 작용했다.

자신의 경쟁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다는 그는 “20대 남자 배우들이 많다. 다들 잘하시고, 멋있기 때문에 비교를 많이들 하신다. 제 스스로도 비교를 많이 해봤다”면서 “지금 드는 생각은 굳이 비교를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점을 계속 찾고 있고, 이는 계속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점잖게 말했다. 이어서 그는 “20대 배우에 한정되지 않고, 스스로의 선을 만들어서 연기를 하고 싶다. 즐겁게”라면서 “경쟁이라고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기는 경쟁이 아니다. 연기가 점수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시합도 아니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연기 세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연기에 진지한 고민을 해본, 또래 배우에 비해 폭 넓은 연기관을 가진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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