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 야한 걸 기대했다면 착각은 자유 [리뷰]

입력 2014-05-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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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 메인 포스터(사진 = NEW)

영화 ‘인간중독’(제작 아이언팩키지, 배급 NEW, 감독 김대우)은 단순히 ‘야한 장면’을 기대하고 간 관객에게 가슴 진한 ‘사람 이야기’를 선사한다. 영화 홍보에 결정적 역할을 한 신예 임지연이 ‘한국판 탕웨이’로 불리면서 ‘인간중독’은 개봉 전부터 중국 영화 ‘색계’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고 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음란서생’, ‘방자전’을 통해 보여준 김대우 감독의 19금 멜로 스킬은 여전히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그런데 ‘인간중독’은 파격적인 베드신을 넘는 인간 내면의 순수한 욕망을 금지된 사랑에 녹아든 두 남녀 김진평(송승헌)과 종가흔(임지연)을 통해 그려낸다.

영화 도입부 푸른 녹지 위에 새빨갛게 새겨진 ‘인간중독’이란 타이틀은 베트남 전쟁보다 더 뜨겁고 치열한 진평과 가흔의 사랑을 예고한다. 베트남 전쟁의 영웅으로 군 관사 내 선망의 대상인 김진평 대령은 후배 경우진(온주완) 대위의 아내 종가흔에게 자신도 모르게 빨려든다. 두 사람의 사랑은 관객의 공감대를 얻기에 ‘불륜’이란 장벽에 가로막힐 가능성도 있었지만 김진평 대령의 사회적 지위를 더 사랑한 이성적인 아내 이숙진(조여정)의 모습과 13살 어린 나이에 선택의 여지없이 경우진 대위와 혼인한 종가흔의 기구한 운명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믿음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신예 임지연은 한류 톱스타 송승헌과 살을 맞대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다소 신비롭고 의연한 그녀의 마스크는 가끔씩 열병처럼 일어나는 사랑의 감정을 누구보다 강렬하게 스크린에 담았다. 임지연이란 흰색 종이 위에 그려진 ‘인간중독’이란 그림은 정말 잘 어울렸으며 ‘색계’ 탕웨이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한국판 탕웨이’의 탄생은 비단 베드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임지연의 연기력에서도 잘 구현됐다. 임지연의 매력은 자신도 모르게 가흔에게 빠져드는 진평의 모습에 공감대를 일으키는 가장 결정적 장치로 작용한다.

(사진 = NEW)

김대우 감독의 베드신 연출은 한층 진화했다. 적나라한 장면이지만 야하지 않은 고품격 19금 멜로의 탄생은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안겨준다. 단순히 육체적 사랑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두 인물이 처한 상황, 성향이 반영된 베드신은 두 사람이 걸어온 인생을 담아낸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해 풍부한 궁금증을 일으킨다. 금지된 사랑 그리고 비극적 인생에 갇혀 있던 진평과 가흔은 베드신을 통해 감춰뒀던 사랑의 감정을 폭발시키고, 관객에게 서로에 대한 사랑이 진정성 있음을 어필한다.

‘인간중독’은 군 관사 내 인물들의 이기적 욕망, 베트남 전쟁이 낳은 사회적 폐단을 섬세한 연출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경우진 대위, 이숙진을 통해 투영된 계급 사회의 속살은 현재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적인 사회 묘사는 주인공의 사랑과 자연스럽게 맞물려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당신을 안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어”라는 진평의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베트남 전쟁 시기 군 관사 내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은밀하면서도 치명적인 사랑은 진정한 ‘인간중독’이 무엇인지 오늘날 관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상영시간 132분, 청소년관람불가, 14일 국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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