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쓸 곳 많은데 경기부양도 나랏돈으로…재정절벽 우려만 키운다

입력 2014-05-12 09:06수정 2014-05-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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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인한 내수 쇼크에 나라살림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세수 실적은 부진한데 상반기 재정집행 규모를 작년 수준으로 늘려잡았기 때문이다. 나랏돈을 앞당겨 풀어 경기를 살린다지만 소비와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한 재정절벽 위험만 키울 뿐이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관계기관회의를 열어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기존 55%에서 2%포인트 높인 57%로 확정했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내수 침체 우려에 상반기에 재정을 7조8000억원 규모 추가 투입해 전체 예산의 57%까지 조기집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에 확정된 상반기 재정집행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중앙정부 60.3%, 광역단체 60%)에 비해선 3%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금액 규모로는 작년이나 올해 모두 중앙정부 170조원대, 광역단체 51조원대로 별반 차이가 없다.

정부는 소비위축, 설비투자 부진과 미국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 불안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기회복 추세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재정집행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돈을 더 푼다고 경기회복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위축이 2분기 이후까지 장기화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체감경기를 끌어올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상반기에 정부의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이 불확실한 경우 재정의 조기집행은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조기 집행은 상반기에 경기가 좋지 않다가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지는 ‘상저하고’ 경기 변동은 완화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기대응 보다는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충격이 발생했을 경우에 조기집행을 추진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근거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는 상반기에 성장률이 오르다 하반기에 회복속도가 느려지는 ‘상고하저’ 경기를 예상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은 경기변동만 확대시켜 거시경제 안정화만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세수 상황을 감안할 때 상반기에 돈을 당겨 쓰다보면 하반기에 집행할 예산이 부족해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재정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세수 실적은 31조1000억원으로 연간 목표세수 대비 징수실적인 ‘세수진도비’는 14.4%에 그쳤다. 이는 국세 수입이 정부 예상치보다 8조5000억원이나 부족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14.1%)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0년(17.4%), 2011년(16.3%), 2012년(18.3%)과 비교해서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작년 국세증가율을 성장률로 나눈 국세수입 탄성치는 -0.14로 과거 경기침체시보다 경기부진에 따른 세수증가 속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환율하락과 세월호 사고 여파로 기업의 영업이익 부진에 따른 법인세, 부가가치세, 관세 등 주요 세목의 실적 부진이 예고되고 있다.

세월호 충격에 따른 내수 실종을 막기 위해 차원이라지만 사고 피해에 따른 공식적인 경기지표는 아직 명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다. 정부가 지방선거를 의식해 ‘아랫돌 빼 윗돌 괴기 식’임시방편 경기부양책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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