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미의 설마] 40년 노후건물 속 아이들... 교육부 '안전불감' 심각

입력 2014-05-08 16:32수정 2014-05-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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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강당이 지어진 지 40년이 다 돼 가지만 개축은 커녕 거의 방치 수준이다. 벽 균열이 늘어날 때마다 불안해 한여름이나 겨울에도 밖에서 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중학교 체육교사의 하소연이다. 그는 혹여나 학생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라도 할까 노심초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전국 교육현장 곳곳에 위험 지대가 널려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전국 1만2357개 초중고교 건물을 조사한 결과 121곳이 D등급을 받은 재난위험 시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D등급은 ‘긴급한 보수 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로 분류된다. C등급을 받은 건물은 무려 1307곳이나 됐다. 세월호 참사가 아직도 진행중인데 우리 아이들의 가장 오랜시간 머물러 있는 학교가 재난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분기별로 학교를 방문하지만 조사 초기에는 별도의 매뉴얼 없이 육안으로 안전성을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시도교육청이 안전 점검과 문제를 학교 측에 떠넘기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학교 행정실장, 시설 담당자 등 학교 관계자들이 직접 점검하고 학교장이 확인 서명을 하는 식이다. 학교는 매월 점검기록을 교육청에 제출해 보고하고 재난위험시설 지정 표지판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선 이같은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학교들은 예산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기엔 힘들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0년 당시 학교 건물 개보수에 4600억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듬해 2분의 1의 예산에 그쳤고, 올해에는 801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이는 서울시 교육청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1.1%에 그치는 수치다. 어느곳보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가 위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교시설에 문제가 있는걸 알아도 배정 받을 수 있는 예산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며 “앞선 여러 대형 사고를 경험하고도 교육당국의 이런식의 대처가 참으로 화가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교육부 예산의 전면적인 재배치가 절실한 대목이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에 집중하다 보니 학교 시설 개축에 써야하는 돈을 끌어다 쓰면서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세월호 참사로 우리는 슬픔에 빠졌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아가 안전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 계기도 만들었다. 이같은 참극을 두번다시 겪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전면적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복지에 편중된 재정을 안전관리 예산과 균형있게 재배치해야 한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학생들이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교실에서 공부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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