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3세 승계작업이 사실상 신호탄을 올렸다. 삼성 오너가가 집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결정하자 재계는 삼성이 승계 구도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SDS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ICT 서비스 시장에선 대기업의 공공시장 참여가 제한돼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SDS는 이달 중 대표주관회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추진일정, 공모방식은 추후 공개키로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SDS 상장에 대해 그룹 승계작업을 위한 재원(財源)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SDS가 상장될 경우 보유지분을 매각, 그룹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삼성에버랜드가 삼성SDS에 이어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간 삼성SDS의 상장설은 삼성에버랜드와 함께 끊임없이 흘러나왔지만, 삼성그룹과 삼성SDS 측은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다”며 줄곧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3세들이 지배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등 비상장사들의 지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전망이 많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의 주식의 11.3%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4%씩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 부회장이 25.1%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8.4%씩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는 지난해 12월 삼성SNS 합병한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6조원으로,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7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 주식 25.1%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삼성전자 지분은 0.57% 밖에 안 된다. 따라서 삼성SDS가 상장하면 시세차익을 통해 3세 승계를 위한 ‘실탄’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가 모두 상장될 경우 이 부회장은 2조원 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 측면에서 주목해야할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지만,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가 꾸준히 거론돼 왔다”면서 “삼성SDS의 상장은 그룹 내 기업 가치 상승은 물론,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은 지난 9개월 동안 7번이나 그룹 내 사업을 재편했다. 지난 3월 31일 삼성SDI, 제일모직 합병을 결정한 데 이어 이틀 만인 4월 2일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을 합치기로 결의하는 등 숨가쁠 정도로 빠른 계열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