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비수기·학군수요 숨고르기… 연초보다 최고 5000만원 낮아져
“전세 거래가 잠잠해지면서 전세물건이 꽤 나온 상황입니다. 가을이 되면 다시 오를 수 있어 지금이 전세 구하기에는 적기인 듯 보입니다”(서울 대치동 G공인 관계자)
아파트 전세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다. 아직까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승 폭은 줄어들고 있다. 봄 이사철이 지나며 전세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모습이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0.01% 하락하며 2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직전주 86주(1년 8개월) 만에 첫 하락곡선을 그린 이후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전세 물량 증가와 수요 감소로 전세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지난주 서울 전셋값은 주간 0.03% 상승해 전 주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신도시는 0.01% 하락했고, 수도권은 0.01% 미미하게 올랐다. 국지적인 움직임 속에 이사수요가 줄자 가격이 하향조정됐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계절적 비수기, 학군수요 감소, 분양시장 수요이전 효과 등이 겹치면서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됐다”며 “늦여름부터 가을 이사철에 접어드는데 그 이전까지는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목동·강남 등 전셋값 강세지역 최근 주춤 = 현장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전세시장은 지역별 이슈에 따라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곳이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수요가 주춤해 거래가 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전셋값 급등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강남과 목동 등에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겨울방학 학군수요가 마무리된 양천구 목동은 중형 위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다. 신시가지7단지 66㎡가 3억2000만~3억4000만원 선으로 이달 들어 1000만원 내렸다. 신시가지1단지 83㎡는 최고 2000만원 떨어진 4억2000만~4억3000만원 선이다. 평형대별로 연초 대비 5000만원가량 전셋값이 낮아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남구 대치동과 개포동도 최근 전셋값이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개포 우성1차 전용면적 85㎡의 경우 연초 7억원에 거래되던 전세가 6억2000만∼6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송파구에서는 잠실동의 경우 주공5단지를 비롯해 리센츠·트리지움·잠실엘스 등 대부분 단지에 여유 물건이 있는 편이다. 트리지움 84.8㎡는 올 들어 1000만원가량 내려 6억2000만~6억3000만원 선이지만 5억8000만원짜리 매물도 나왔다. 59㎡는 5억~5억2000만원 선이다.
잠실 A공인 관계자는 “연말 연초 한창 학군 수요가 절정일 때는 7억~7억2000만원 선이 시세였는데 최근 5000만원 이상 내렸다”며 “학군 이사철이 끝난 이후로는 매물도 쌓이고 가격도 한풀 꺾였다”고 말했다.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이 증가한 것도 전세가격을 진정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새 아파트 청약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신규 분양이 줄을 이으면서 전세를 구하는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세매물들이 현재 하나둘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난에 데인 세입자들이 서둘러 전세를 구하는 ‘선소비’ 행태를 보이면서 정작 이사철엔 가격이 안정되는 모습”이라며 “저가의 소형주택은 여전히 신혼부부 등의 수요가 예상되나 당분간 학군 인기지역이나 고가 전세의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는 8월 이후에는 전셋값이 다시 꿈틀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사철이 되면 다시 수요가 몰려 전세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최근의 전셋값 하락은 학군의 영향이 크다”며 “전체적으로 전세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울지역에서는 언제든지 전셋값이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이주 수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4월 이후 이주할 서울 재건축 단지가 1만4000가구에 달해 이들 단지가 사업 속도를 높이면 전세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주 단지가 많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